가슴이 설렙니다.
늘 당당했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랜 슬럼프와 부상 공백 끝에 컴백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리라.
미국여자프로골프(LGPA)투어에서 버디 퀸으로 이름을 날린 박지은(27나이키골프).
올해 들어 극심한 부진 끝에 부상까지 겹쳐 3개월 넘게 쉰 뒤 15일 경기 광주시 뉴서울CC 북코스(파72)에서 개막되는 한국여자프로골프 SK엔크린솔룩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6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이후 복귀 무대.
이렇게 오래 골프를 안 한 건 처음이에요. 국내에 머물며 허리와 목 디스크를 치료하는 데 전념했죠. 서울 강남의 한 한방병원에서 추나요법으로 통증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고. 디스크라는 게 완치는 없다더군요. 평생 원수처럼 데리고 살아야 한대요.
몸을 추스른 후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흘 정도 레슨을 받았으며 본격적으로 공을 친 건 보름 전부터였다.
박지은은 박세리 김미현과 한국 여자골프 빅3로 불렸지만 올해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상금 랭킹은 102위까지 처졌다.
연초에 스윙을 교정했는데 적응에 실패했어요. 원래 페이드를 치는데 드로 구질로 바꿨거든요. 거기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
휴식 후 원래 스윙으로 돌아가 편해졌다는 박지은은 세리 언니도 바닥을 친 뒤 올라갔잖아요. 저도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차근차근 올라가야죠라고 말했다. 하락세를 보이다 올 시즌 부활한 박세리와 김미현처럼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
쉬면서 마시멜로 이야기 등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박지은은 새 캐디와 호흡을 맞춘다. 줄리 잉크스터의 가방을 12년 동안 메면서 메이저 4승을 포함해 숱한 우승을 이뤘던 그레그 존스턴이 그의 도우미가 됐다. 존스턴은 최근 미셸 위의 캐디로 일하다 갑자기 해고된 뒤 박지은과 손을 잡았다.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 같아요. 절 잊지 않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뭔가 보답해야죠. 당장 우승보다 프로답게 성숙해진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실패의 쓴맛을 본 박지은은 분명 아픈 만큼 성숙해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