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미사일 발사 직후 시작된 북한 김정일(사진) 국방위원장의 은둔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4년 7월 8일 아버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날이면 실시해 온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도 걸렀다.
김 위원장이 그만큼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할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후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침공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제2의 한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평양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직후 50일, 2001년 911테러 직후 26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미국과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은둔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왜 안 나오나=김 위원장의 은둔 배경은 대략 2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 이후 날로 악화되고 있는 주변 정세를 관망하기 위한 의도적인 잠행이라는 것.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및 국제사회의 압박과 수해 등 내우외환 속에서 내부 동요를 막고 미사일 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어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황을 국가위기 상태로 규정한 김 위원장이 신변에 위협을 느낀 탓에 경호상의 이유로 은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와병설도 흘러나온다. 과거부터 심장병 치료를 받아 온 김 위원장이 최근 악화된 정세 탓에 심장병이 재발했다는 설과, 당뇨가 있고 신장이 좋지 않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추측 등이 나온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김 위원장은 1월 중국 방문 시 비밀리에 베이징()에 있는 우주센터 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김 위원장은 발사 나흘 뒤인 9월 4일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대회와 정권 창건 50주년 기념행사(9월 9일)에도 참석했다. 이번과는 대조적이었던 것.
언제 나오나=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망일에 열리는 추모식에는 반드시 참석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김 위원장이 공개행사에 나타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고인민회의에도 가끔씩 참석해 왔지만 이미 4월 11일 개최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열리지 않는다.
정부 당국자는 군 초소나 생산현장을 찾는 현장지도의 형태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시점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