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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난파선 위의 삿대질 지켜보자니

[사설] 여당 난파선 위의 삿대질 지켜보자니

Posted June. 03, 20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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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531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졌다. 당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국민의 뜻이라면 당을 없애라는 명령도 따라야 한다며 당 해체론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관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를 주장하고, 또 한쪽에선 대통령 탈당론을 꺼낼 채비다.

하지만 국민에게서 왜 버림받았는지 통렬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난파선 위에서 승객의 안전은 외면한 채 언제 어떻게 먼저 뛰어내릴까를 놓고 중구난방()이 돼 버린 승무원들의 추태를 보는 듯하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국회 과반 의석에 겨우 9석이 모자라는 142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정당이다. 그랬던 여당이 선거 참패 후 정동영 의장의 사퇴의 변 말고는 대()국민 사과 성명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후임 지도체제 결정을 위한 회의마저 7일로 미뤘다.

프로의 자존심이 있는 승무원이라면 배가 난파 위기에 처했을 때 승객을 먼저 생각한다. 선장(대통령)이 기존 항로대로 가겠다고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면 팔을 걷어붙이고 말려야 한다. 어제 원내 대표단 회의 결론만 해도 그렇다. 부동산과 세금 문제 등에 대해 개선을 검토하겠다면서도 큰 틀의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변죽만 울리지 않았는가.

입만 열면 개혁을 외쳤지만 국정에 대한 책임감은 권위주의 정권 때만도 못하다. 1969년 3선 개헌 때와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의 여당 의원들은 민심 파악과 진로() 모색을 위한 격론으로 밤을 새웠다.

위기의 본질은 짚지도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제 살길만 찾으려는 집권 여당 사람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를 안긴다. 이런 자세로 정계 개편을 백번 한들 민심을 얻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