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고교등급제

Posted March. 24, 2006 02:59,   

현 정권의 전위대 같은 386 정치인들이 대학을 죄인 다루듯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면 헷갈릴 때가 많다. 386세대는 학창 시절 권위주의 정권이 대학의 숨통을 막는 걸 보면서 울분을 터뜨렸고 대학의 자유를 갈망했을 것이다. 바로 그 386들이 정권에 포진하자 전면전 초동진압 등 군사용어를 써 가며 대학을 공격하고 학교 운영에 대해 시시콜콜 개입하고 있다. 이들의 이중성이 놀랍다고 해야 하나, 으레 그런 법이라고 해야 하나.

2004년 가을 몇몇 대학이 신입생 수시모집에서 일부 지역과 특목고 학생을 우대한 것이 드러나 이른바 고교등급제 파문이 일었다. 여당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3불()정책을 법제화하자고 나섰다. 문제가 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는 참교육 학부모회 등의 단체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를 수사해 온 검찰은 어제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 내에 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신입생 선발권이 대학에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외국에선 학생 선발이 잘못됐다며 대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없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뽑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입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공정성 확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수험생의 자질과 능력은 수치화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전국 2000개 고교 간에 엄연히 학력() 차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성도 갖추고 대학이 원하는 학생도 뽑도록 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정부가 대학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대학 자율을 존중하면서 소외계층 배려와 같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상식적인 답이 이미 나와 있음에도 현 정권은 구시대적인 대학 괴롭히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정권 아래서 우수한 대학, 우수한 인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세계가 웃을 거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