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6일 어렵사리 유재건() 의원을 임시 당의장으로 선출했지만 지도력의 공백이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다.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강행한 데서 보듯, 당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산발적인 불만 표시만 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도력 공백=이날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회-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2월 18일 전당대회까지 1개월 남짓한 한시적 당의장으로 유재건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4명의 의장 후보를 놓고 3번의 투표를 거쳐야 할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재야파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이 당내 중도 보수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들의 모임(안개모)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의 성향을 문제 삼아 당의 얼굴인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던 것.
부랴부랴 한명숙() 의원을 대안으로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정동영() 전 장관계에서 한 의원에 대해 막판 비토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김근태() 의원계와 가깝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 당의장 선출 과정을 보면서 인재 고갈 현상마저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김 전 장관은 당 복귀 기자회견 순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새해 벽두인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여론 지지도가) 앞선 사람이 (의장이) 돼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자신을 앞서고 있는 정 전 장관을 선제공격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산사()에 머물며 다음 주에나 당 복귀 회견을 하려던 일정을 앞당겨 6일 서둘러 당사에 나와 유능한 정당, 능력 있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복귀 선언을 했다.
무기력한 여당=열린우리당의 다수 의원은 유 의원의 기용에 대해 입각 강행 시 탈당 불사까지 외치며 청와대에 대해 항전 태세를 보였다. 그러나 결론은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18인의 의원이 유감 표명을 하는 선에서 그쳐 찻잔 속 태풍이 된 양상이다.
당내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 김 전 장관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될 수밖에 없다는 원론만 밝혔을 뿐 당-청(-) 갈등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은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전패 직후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고, 8월에는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해 연정론을 제기한 것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지만 막상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직언()를 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 전 장관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이 당시 여권 실세인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공개 비판해 2선으로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주적, 수평적 당-청 관계를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여당이 이처럼 무기력 증세에 빠져 있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태생부터 노무현이라는 정치 스타 1인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심지연() 교수는 양보하지 않고, 당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직접 동원 정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정치 스타일도 당이 기를 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