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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콩 시위

Posted December. 10, 20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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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중공() 영접민주(). 지난 일요일 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홍콩을 가득 메웠다. 밤늦게 정부청사 광장까지 몰려간 시위대도 있었다. 이쯤 되면 폭력적 분위기로 흘러야 당연할 것 같다. 하지만 홍콩 시위를 보도한 외신에선 평화롭게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찰과 시위대가 날카롭게 부닥친 유일한 대목이 시위대 규모라고 전했다. 경찰이 6만3000명으로 추산한 반면 시위대는 25만 명이라고 주장했다는 거다.

2003년 7월 1일, 홍콩에선 50만 명이 참여한 최초, 최대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그때도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967년에 좌파가 일으켰던 시위가 폭력적으로 기록될 만큼 까마득하다. 시위대가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과 대치할 경우 폭동으로 규정해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점거라는 말을 꺼내거나 각목을 갖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는 엄격한 공공질서법이 있어서다.

우리나라에도 엄격한 법률이 없는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1월 법질서를 지키고 국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 문화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불법 폭력 시위로는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불법 폭력 시위는 여전하다. 2년 전 멕시코에서 전투적 시위로 이름을 날린 농민 1500여 명이 이번에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홍콩 원정 시위에 나섰다.

비상에 걸린 리밍쿠이 홍콩 경무처장이 한국 농민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자신도 한류()를 좋아하고, 홍콩인들은 한국을 선량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을 갖춘 나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식 시위 문화는 홍콩에선 안 통한다고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홍콩 경찰은 평화적 시위를 최선을 다해 보호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적 시위 문화를 지닌 홍콩과 민주적이지 못한 시위 문화를 지닌 한국, 과연 어디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봐야 하나.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