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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물백신

Posted October. 20, 200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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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개발된 의약품 중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지켜 준 약은 백신이다. 백신은 병원균을 이용해 체내에 항체()나 면역세포를 생성시켜 질병을 예방한다. 현재 지구상에 나타난 인간의 질병은 3만여 가지로 백신은 이 중 일부에 사용된다. 하지만 유전공학 등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늘고 있어 앞으로 전체 질병의 60%까지 백신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과학의학자들은 전망한다. 예방약뿐 아니라 치료약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암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백신이 나올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백신은 한번 질병에 걸린 사람은 거의 같은 병에 다시는 걸리지 않았던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고 한다. 천연두 백신을 만든 에드워드 제너(17491823)가 첫 개발자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기록도 있다. 10세기경 중국에는 천연두가 심했다. 당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이 심하지 않은 환자의 고름을 채취해 한 달 정도 묵혀 독성이 약해지도록 한 뒤에 약재()처럼 빻아 건강한 사람의 콧속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백신은 약효를 떠나 심리적 안정 효과도 크다. 하지만 그런 위안을 짓밟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효 기간이 지나 효능이 없는 독감 백신이 유통되거나 접종돼 경찰에 적발됐다. 속칭 물백신이다. 무면허 업자뿐 아니라 의사까지 개입해 1년 동안 학생 등 9만5000명에게 접종했다니 충격적이다. 일부는 20년 가까이 물백신 장사를 해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람 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다. 자신이나 가족이라면 과연 그런 백신 아닌 백신을 쓸까.

의약품의 허술한 유통 구조가 문제를 키웠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백신, 그것도 약효가 없는 백신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나돌고 접종까지 됐다니 보건 당국은 무얼 하고 있었나. 당국은 독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전반에 대한 관리 유통 체계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철 지난 의약품이 돌아다니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 것만 같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