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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본보독자에 감사편지

Posted October. 10, 200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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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자님들께

여러분들께서 관심 있게 보살펴 주신 로버트 김채곤입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저에게 부여된 형기를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렇게 긴 시간 저를 기억하고, 기다려 주신 모국의 동포 여러분들께 어떤 말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를 두고 희생이다, 억울하다, 이런 말들도 합니다만 차디찬 감옥에서 제 마음을 덥혀 준 것은 여러분들의 관심이었습니다. 저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를 위한 노래가 만들어지고, 저를 돕기 위해 수만 번의 전화벨이 울리고, 저를 위한 서명운동, 기도회, 거리공연 등 제가 한 일이 이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었나를 생각하면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저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고, 조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입니다.

주저할 것도 없이, 눈치 볼 것도 없이, 여러분들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청소년 교육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교육전문가도 아닌 제가 거창한 것을 가르칠 수도 없고,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민주주의의 기초에 대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이 바른 생각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린 세대에게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들이 전쟁까지 하면서 지켜 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려고 합니다.

안락하고, 평화로웠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저를 원망하기는커녕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가정을 지켰습니다.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제가 수형생활을 견딜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정 해체의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저는 가정이야말로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도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조국과 동포들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남은 생을 조국에서, 제 미약한 힘이라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다 바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을 직접 뵐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풍 앞둔 어린아이처럼 설렙니다.

가방에 꿈과 희망, 미래를 담아 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05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