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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배급감시 부담 느낀듯

Posted September. 10, 20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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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세계식량계획(WFP) 측에 식량지원 방식을 긴급구호에서 개발구호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북한은 WFP 요원들에 의해 식량 배급 실태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는 긴급구호에 부담을 느껴 개발구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식량 지원 방식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경우 WFP 측에 배급 실태 조사 절차를 없애거나 줄여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WFP는 개발구호를 할 경우에도 배급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내년 1일부터 개발구호로 전환해 달라=WFP 중국 베이징() 사무소 북한 담당자 제럴드 버크 씨는 9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최근 긴급구호는 10년간 충분히 받았다 내년 1월부터 개발구호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국제기구에 식량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진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북한은 WFP 측에 식량 지원 방식 변경을 요청하면서 (WFP에 의한) 식량 배급 실태 조사가 너무 잦다. 주민들이 불편해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버크 씨는 전했다.

따라서 WFP는 북한이 이번에 요청한 개발구호는 배급 실태 조사가 없는 새로운 방식의 식량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 요원들이 배급 실태 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게 체제 불안정을 가속화한다고 판단해 이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 WFP 소속 요원은 모두 120여 명으로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등 6개 지역의 사무소에 나뉘어 활동 중이다.

정부 일각에선 식량 사정이 풀려 나가고 있다고 판단한 북한이 농업 구조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지원되는 개발구호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남측과 중국에서 각각 50만 t과 15만 t의 쌀을 지원받는 계획이 북한 당국에 여유를 줬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긴급구호에 비해 식량 지원량이 적은 개발구호를 받더라도 실태 조사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남측과 중국의 지원량을 끌어 올려 식량 부족분을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환 가능성 낮아=현장 접근 없이는 식량도 없다(no access, no food)는 게 WFP의 원칙. 따라서 북한의 뜻대로 식량 배급 실태 조사 없는 개발구호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WFP는 지난해 가을 북한 당국이 자강도 전역에 대한 배급 실태 조사를 금지하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강도에 대한 식량 배급을 중단했다.

또 WFP는 식량 지원량이 적은 개발구호를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WFP는 북한이 개발구호를 계속 원할 경우 긴급구호와 개발구호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박형준 이명건 lovesong@donga.com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