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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골다공증 국정원

Posted August. 19,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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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은 단위용적 내 골량() 감소로 인해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일으키는 병이다. 폐경 후 여성이나 고령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제 국회 토론회에서 정권이 국가정보원을 골다공증 환자로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빼고 모두 도청했다던 국가정보기관이 뼈가 잘 부러지는 노약자가 됐다니? 하지만 전직 국정원 국장 출신의 말인 만큼 허튼소리로 넘기기도 어렵다.

그는 YS에서 DJ, 노무현 정부까지 과거 폐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정보기관 본연의 역량을 위축시켰다고 말한다. 역대 민간정권이 내세운 아마추어적 개혁이 오히려 병을 깊게 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간부진을 대폭 물갈이했던 게 단적인 예다. 영남정권 때는 호남출신, 호남정권 때는 영남출신 간부들이 주로 물을 먹거나 옷을 벗었다. 그럴 때마다 장기간 축적된 정보역량이 사장()됐다는 탄식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통수권자는 오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기관의 보좌를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뒤집어 말하면 정보기관은 사용자인 대통령이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국정원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정권 이익을 위해 정보기관을 악용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지만, 거기에만 집착하다간 정보기관의 역량 약화는 물론 대통령의 정책 판단 실수도 잦아질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아닌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회고 중 이런 일화가 있다. 1976년 대통령선거 직후 지미 카터 당선자에게 정보 브리핑을 했는데, 카터는 욕설을 섞어 가며 무작정 CIA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정보의 중요성을 몰랐던 카터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국정 무능을 비판받았다. 노 대통령이 카터의 전례를 피하려면 국정원의 골다공증 치유책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