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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전략 부메랑?

Posted August. 03,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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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산업의 고가() 프리미엄 전략이 흔들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전화와 디지털TV 등의 분야에서 앞선 디자인과 품질로 외국의 경쟁업체에 비해 비싼 제품을 팔아왔다.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나름대로 효과를 봤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외국 경쟁업체들이 속속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고 동시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가격 인하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한국 업체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 LG전자는 앞으로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감안할 때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LG전자 실적 악화

세계 휴대전화 업체의 2분기(46월) 실적을 보면 2위인 미국업체 모토로라의 약진이 눈에 띈다. 3390만 대를 팔아 3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950만 대로 벌렸으며 매출액도 49억 달러(약 4조9000억 원)로 삼성전자(4조1900억 원)를 제쳤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은 10.2%로 1분기(13월)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판매대수는 늘었으나 매출은 1분기보다 8% 줄었으며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떨어졌다.

LG전자는 매출이 1조8216억 원으로 1분기에 비해 2.8%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한국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한 논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삼성, LG전자의 2분기 실적 악화에 대해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중저가 시장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휴대전화는 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비싼 값에 팔리지만 이 시장은 이미 성숙기로 접어들어 신규수요보다 기존 제품을 바꾸는 교체수요가 많다.

반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고가제품보다 중저가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삼성, LG가 이 시장을 등한시했다는 설명이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삼성, LG와 달리 시장점유율을 매우 중시한다. 이익률이 낮아도 점유율이 높으면 전체 이익은 커진다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판매 대수를 늘려 점유율을 높이는 데 연연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명품, 프리미엄 휴대전화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TV, 초저가 공세에 직면

한국의 또 다른 대표적 프리미엄 제품은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2인치 LCD TV의 미국 판매가격은 23002500달러(약 230만250만 원). 반면 미국의 델과 HP, 중국의 하이얼은 약간 작은 30인치 LCD TV를 1000달러(약 100만 원)나 싼 13001400달러에 팔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이 성공하려면 후발주자와 차별화된 품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한다.

삼성, LG전자의 오랜 TV사업 경력이 델과 HP의 브랜드 가치와 저가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미국과 중국 업체의 저가공세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가격 인하로 맞설 계획은 없다며 디지털TV의 프리미엄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두영 김상훈 nirvana1@donga.com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