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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꾼 설친다

Posted June. 30, 200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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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도 짝퉁이 만연하고 있다.

전문 소송꾼들이 가짜 신분증으로 채권자(원고) 행세를 하면서 소송에 참여해 승소 판결을 받아 낸 뒤 채무자(피고)를 압박해 목돈을 뜯어내고 있다.

금융기관과 할부 판매업체들이 대출금이나 할부금을 갚지 않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하는 대신 이들 전문 소송꾼에게 대출금 채권을 헐값에 팔아 넘겨 불법 소송을 부추기고 있는 것.

짝퉁 소송대리 첫 적발

민사 소액 사건(청구금액 2000만 원 이하인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K 판사는 지난달 26일 원고인 J상호저축은행(옛 신용금고)의 소송 서류가 부족한 사실을 발견했다.

K 판사는 소장에 나타나 있는 J은행 소송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송 서류를 보충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은행 직원이 아니라 남의 빚을 전문적으로 받아주는 채권추심업체인 W사 직원이었다.

민사소송법상 소송 대리는 원칙적으로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소법은 예외 규정을 둬 2000만 원 이하의 신용대출금과 할부금 사건 등 일부 소액 사건은 회사 직원이 회사를 대리해 변호사처럼 소송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 판사가 확인한 결과 W사는 J은행으로부터 채권을 헐값에 구입한 뒤 실제 채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해 돈을 받아 왔다. K 판사는 대출 금융기관들은 어차피 떼이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채권 액면가의 10% 정도만 받고 채권추심업체에 넘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추심업체는 1000만 원짜리 채권을 100만 원 이하의 헐값에 산 뒤 해당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 원금 1000만 원에다 연체 이자까지 합쳐 목돈을 받아 낸다는 것.

K 판사는 W사 직원들은 지난해 3월 이후 수천 건의 불법 소송 대리를 해왔다며 이 같은 불법 소송 대리는 법원전산망으로 검색이 안 될 만큼 빈번하다고 말했다.

법원도 속수무책

변호사법은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소송을 대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K 판사는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하면 좋지만 법원이 먼저 수사 의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을 방조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전지성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