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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는 법 배우겠습니다

Posted June. 22, 2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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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합니다! 해병 1000기 입소를 명 받았습니다. 필승!

2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교육훈련단(단장 양수근 준장) 광장. 해병 1000기로 입소한 509명은 배웅 나온 부모, 형제, 친구, 애인 등 1500여 명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 뒤 큰절을 올렸다.

해병 1000기는 1949년 4월 15일 경남 진해시 덕산비행장에서 1기(380명)를 배출한 이후 56년 만의 일. 지금까지 63만 명을 배출했다. 625전쟁 땐 용맹을 떨쳐 그 이후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의 첫 전투부대(청룡부대)도 해병대였다.

이날 입소한 장정들은 3 대 1의 경쟁을 뚫고 1000기 해병이 된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아직 정식 해병이 아닌데도 표정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기분 좋죠. 얼마나 해병이 되고 싶었는데요. 2년 동안 젊음을 불태우는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해병이 될 겁니다.

일곱 번 지원 끝에 합격한 광주 출신 박제성(20) 씨의 다짐이다. 박 씨는 형은 해병 973기로 현재 해병 1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하늘같은 선배인 형을 이어 해병이 되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월 두 차례 입소해 1기수 차이가 15일에 불과하지만 기수별 선후배 질서는 제대한 뒤에도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뿌리 깊은 전통답게 그대로 이어진다.

요즘 해병대의 평균 지원율은 45 대 1. 입대를 위해 대학 휴학을 많이 하는 학기 초나 말에는 10 대 1까지 치솟는다. 훈련병의 절반가량이 평균 2번가량 낙방한 끝에 해병대의 상징인 팔각모자를 쓴다.

고교성적과 봉사활동, 체력을 주로 평가하고 한 번 지원하면 가산점 1점이 붙는다. 해병대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

제주대 공대 1학년을 마치고 이날 입대한 한국인(19제주 제주시 일도동) 씨는 해병대 가족이다. 외할아버지가 해병 1기였으며 삼촌과 외삼촌, 6촌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경기도 군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인지 아들을 입대시킨 부모 중에는 참을성을 당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둘째아들 명재(18) 군을 입대시킨 김주희(55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서 남자답게 생활 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이번 주말 해병대를 제대한다.

최영섭(53포항시 북구 우현동) 씨는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게 큰 문제라며 해병대뿐 아니라 군에 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로 격려하고 인내하며 형제처럼 지내면서 국토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6주간의 신병훈련을 거친 뒤 8월 5일 1000기 해병으로 태어난다.

해병대교육훈련단은 이들의 수료에 맞춰 예비역 병영체험과 교육훈련 사진전 등을 마련하며, 포항시는 8월 6, 7일 해병인 축제를 열 예정이다.



이권효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