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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대통령, 총체적 난국 수습에 나서야

[사설] 노 대통령, 총체적 난국 수습에 나서야

Posted June. 01, 20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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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1987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후 거의 모든 정권에서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났지만 국정운영시스템이 이처럼 빨리, 그리고 전방위로 꼬이고 무너지는 상황은 전례 없다.

31일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의 고백을 통해 드러난 S프로젝트의 실체는 시스템이 1인자라고 강조해온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사실은 코드에 바탕을 둔 인치()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 대통령은 정 씨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관저에까지 불러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이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정 씨에게 S프로젝트와 행담도 개발이 무관함을 강조하라고 종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의 도덕성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국가경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경제와 안보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경제와 안보의 축이 함께 흔들린 일은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호()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 다걸기(올인)를 앞세워 정부가 예산의 3분의 2를 조기 집행하는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에도 경제는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가와 땅값이 뛰고 실업과 세금이 늘어나 국민은 다중()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까지 경제 걱정일랑 말라고 큰소리쳤다.

미국 쪽에서는 한국을 더 이상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날리고 있다.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조차도 한국의 대북() 저()자세 때문에 북한을 압박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인들은 평양에서 열리는 6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일() 강경외교를 주도함에 따라 국제 미아()가 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권력의 무력감은 이 정부가 정통성 있는 정부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특히 민노총 한총련 전교조 등 이른바 정권과 코드 맞는 단체들의 과격 폭력시위에 공권력은 거의 속수무책이다. 공기업의 주요 자리는 물론이고 정부가 임면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학 총학장 자리까지 코드 인사로 메워져 공직이 정권의 전리품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지리멸렬 상태다. 탄핵 역풍 덕에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했지만 1년 내내 한 일은 4개 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립과 과거사 파헤치기 및 이념 논란이었다.

이런 총체적 위기의 뿌리는 현 정부의 저능력(), 낡은 이념에의 집착, 포퓰리즘적 국정 행태, 맹목적 주류 교체 추구 등에 있다고 우리는 본다. 그리고 이런 행태가 국민을 위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신뢰의 위기가 악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드 인사로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한 국정 아마추어들과 포퓰리즘적인 국정의제 설정으로는 소진돼가는 국가의 성장동력을 결코 되살릴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노 대통령의 자성()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앞선 세대의 희생과 경륜에 대한 존중과 이들의 온축된 지혜를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 여권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이 소수 기득권 계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런 비판은 힘겨운 생활에 부대끼며 지쳐가는 서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의 국정실험을 중단하고 당-정-청을 대대적으로 쇄신해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 국민들과 외국친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벤트성 대책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는 첫 걸음은 노 대통령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국민들은 성공한 대통령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부터 그릇된 자신감과 권력의 오만에서 벗어나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직시하고 자기개혁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