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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학정원 13% 8만8034명 못채워

Posted April. 10, 200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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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잘된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장학금을 더 주겠다고 유혹해서라도 경쟁 대학 합격자를 빼올 수밖에 없다.(S대 교수)

대학 위기를 말로만 떠들었는데 이제 쓰나미가 닥쳤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D대 교수)

대학의 학생 모집난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살벌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2005학년도 신입생 모집전형을 끝낸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율 등 입시정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보고한 상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엄청난 규모의 신입생 미충원에다 처음 시행될 대학 정보 공개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충원 얼마나=전국 202개 4년제 대학과 158개 전문대의 2005학년도 신입생 충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 4만951명, 전문대 4만7083명 등 전체 모집정원의 13.2%에 해당하는 8만8034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미충원 이월 인원을 포함해 총 66만7094명을 모집했으나 실제 등록한 신입생은 57만9060명에 그친 것이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지역별 미충원 비율은 고교 졸업자 수에 비해 대학 모집정원이 훨씬 많은 호남과 경북지역이 높았다.

전남이 33.4%(5134명)로 가장 높았고 전북 21.3%(4492명) 광주 20.1%(3797명) 제주 19.0%(661명) 강원 17.1%(3552명) 경북 14.4%(5002명) 충북 13.8%(2834명) 대전 13.5%(2899명) 경남 12.8%(2659명) 등이었다.

반면 서울(1.3%•1102명) 경기(4.7%•1899명) 인천(2.3%•160명) 등 수도권과 대구(2.9%•327명) 부산(5.3%•1930명) 등 대도시의 대학은 미충원율이 15%에 불과했다.

교수 해고 사태=경북권과 호남권에서 시작된 학생 미달 사태는 충남 천안권 대학에까지 북상해 최근에는 수도권 대학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북의 모 전문대는 그동안 충원율이 90%를 넘었으나 올해는 70%대를 기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서울 강남 일대에 전단까지 뿌리며 추가모집을 실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강원권의 D대는 올해 모집정원 909명 가운데 173명만 채워 충원율이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재단의 교비 횡령, 친인척 채용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관선이사 체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호남권 C대는 전년도보다 정원을 350여 명 줄여 충원율이 77%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충원율은 67.7%에 그쳤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수능 성적이다 내신이다 이런 것은 모두 배부른 소리이며 무조건 입학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경쟁 학교에 합격했다 우리 학교에 등록하면 장학금 50만 원을 주거나 아예 첫 학기 입학금과 등록금은 면제해 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학생의 몸값이 크게 올라간 반면 교수 지위는 땅에 떨어져 학교 구성원의 위계 순서가 학생님직원분교수이란 말까지 돌고 있다.

일부 대학은 학생 모집이 안 되는 학과를 폐지하거나 교수의 전공을 전환하도록 하고 교수를 사실상 해고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D대는 2월 말 직급에 상관없이 교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9명은 명예교수로, 3명은 7년제 계약교수로 전환했다. 명예교수는 잔여기간 중 5년까지는 본봉의 70%, 그 이후는 25%만 받게 된다.



이인철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