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본교과서 역사 왜곡

Posted March. 11, 2005 22:41,   

ENGLISH

일본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지원하는 후소샤()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2005년 검정 신청본은 2001년 검정본에 비해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일제 침략을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약칭 교과서운동본부공동대표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후소샤 교과서의 검정 신청본을 분석한 내용을 11일 공개했다.

신청본은 한국 전()근대사의 종속성과 타율성을 더욱 강조하고 일제 침략을 한반도의 문호개방으로 왜곡했다. 식민지배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일제의 침략 전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미화했다.

한반도는 타율과 종속의 역사

한반도 고대사에 대한 기술은 2001년 판에 비해 훨씬 악화됐다. 이 책은 26쪽에서 한사군()의 하나인 대방군()의 중심지를 주류 학설보다 훨씬 남쪽인 현재의 서울 근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황해도 봉산 지역이 대방군의 중심지라는 학계의 일반적 판단과 배치된 것이다. 32쪽의 4세기 말 지도에는 313년에 축출된 낙랑군()이 여전히 평양에 남아 있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한반도 남부 가야 지방에 일본의 식민지인 임나()가 존재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기술은 더 늘었고, 지도상에 임나의 영역을 가야와 마한(전라도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는 한반도 북부는 중국, 남부는 일본의 지배 아래 한국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과거 식민사관의 재판()이나 다름없다.

신청본은 또 신라는 당의 복속국이었고(42쪽), 조선은 청의 복속국, 조공국(148쪽, 163쪽)이었다고 기술했다. 한반도 식민지배 합리화

과거 한반도가 대륙으로부터 하나의 팔처럼 돌출돼 있어 적대적 대국의 지배 하에 들어간다면 일본을 위협한다고 표현했던 부분을 아예 칼럼(163쪽)으로 확대 소개하면서 일본이 안전보장을 위해 조선의 근대화를 도와준 것으로 식민 지배를 미화했다. 교과서운동본부 측은 조선 관련 부분에서 2001년 판에 한 차례 등장했던 근대화라는 용어가 이번 신청본에서는 네 차례나 등장한다고 밝혔다.

한일강제병합에 대해 한국 내에서 일부 병합을 수용하자는 소리도 있었다(170쪽)라고 표현한 것은 2001년 자체 정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진 삭제했던 부분을 복원한 것이다.

반면 식민지 침탈에 대한 묘사를 누락 축소하거나 표현을 완화했다. 2001년 고의 누락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연행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은 여전히 빠졌다. 일제의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여러 가지 희생과 고통을 강요했다는 문장도 삭제됐다. 또 2001년 판에서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황민화 정책을 강제했다는 표현을 일본식 성명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창씨개명이 행해지고 조선인을 일본인화 하는 정책이 진행됐다(208쪽)고 강제성을 희석시켰다.

침략전쟁의 왜곡과 미화

러일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한국 북부에 벌목장을 설치한 것을 두고 군사기지를 건설한 것처럼 몰아 안보 위기 때문에 양측의 전쟁 발발이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서술한 것은 여전했다(166쪽). 일본의 승리에 대해선, 식민지가 된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줬다(168쪽)고 표현해 일본이 조선인들을 제국주의의 압제로부터 구해 준 해방자라도 된 것처럼 호도했다.

대동아전쟁과 태평양전쟁에 대해서는 일본의 자존자위를 위한 전쟁(202203쪽)이라고 규정했다. 또 패전 후의 배상 사실 등을 뺀 채 일본군 병사들이 동남아 각국의 독립전쟁에 참가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대동아전쟁이 마치 식민지 해방전쟁인 것처럼 묘사(206207쪽)했다.

전체적으로 신청본에 새로 등장한 역사의 명장면이라는 다섯 개 코너 중 네 개가 전쟁이나 군대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 교과서 말미에 제2차 세계대전과 식민지배의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는 히로히토() 일왕을 배치한 점 등도 군국주의적 인상을 주고 있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