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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나의 힘

Posted February. 01, 200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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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한 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에 이날 합격의 낭보가 전해졌기 때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500점 만점에 497점을 받아 서울대 경영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했다가 탈락했으나 지난달 정시모집에 다시 지원해 합격한 것.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홀몸이 되신 뒤 가세가 기울면서 형편이 어려워졌는데도 어머니가 학교 급식소 보조원 일을 하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는 합격의 영광을 먼저 어머니에게 돌린 뒤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교사용 학습지를 말없이 건네주시던 담임선생님과 힘들 때마다 어깨를 두드려 주시던 영자신문반 선생님의 격려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군은 사실 제가 합격한 것보다는 어머니가 지난해 연달아 두 번이나 시험에 합격한 일이 더 대단하다며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구 모 중학교 급식소 조리보조원으로 일해 온 이 군의 어머니 채판순(45) 씨는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같은 해 12월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한 기능10급(조리사)직 임용시험에서 46.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채 씨는 창환이가 수능시험에 쫓기면서도 나의 부족한 과목을 가르치느라 밤잠을 설치면서 내 어깨를 주물러 주고 커피도 끓여 주었다며 우리 아들이 대견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동네 주민들은 이 군이 퀴즈영웅으로 뽑힌 데 이어 모자()가 잇따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자 용계동에 겹경사가 났다며 자신들의 일처럼 반겼다.

주민 배규리 씨(45여)는 지난번 창환이 어머니가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며 이웃 10여 명을 불러 한턱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축하잔치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이 군의 가족은 지난해 1월부터 대구지역의 한 독지가가 모자가구를 위해 지은 15평 크기의, 월세를 내지 않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이 군은 지난달 퀴즈영웅에 등극해 받은 상금의 절반을 이공계 장학금으로 기탁한 뒤 남은 2000여만 원을 생활비에 보태 쓰시라며 어머니의 손에 쥐어 드렸다.

그러나 채 씨는 아들의 대학생활에 필요한 교재와 컴퓨터를 구입하고 뒷바라지하는 데 쓰겠다며 전액을 은행에 맡겼다.

이 군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도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생들이 전공서적으로 읽는 경제학원론을 최근 한 달 동안 완독한 이 군은 요즘 영어회화 공부에 땀을 쏟고 있다.

이 군은 공부만 하기보다는 평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컴퓨터 게임과 여행도 즐기고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공부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나름대로의 학습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에게서 두 달간 수학 과외를 받은 것 외에는 개인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틈나는 대로 시립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는 게 취미이자 독특한 학습 방법이다.

특히 매일 하루 1, 2시간씩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다.

이 군은 이번 서울대 논술시험의 문제를 푸는 데도 평소 읽은 잡식성 독서가 큰 힘이 되었다며 가장 좋은 학습교재인 신문을 꼼꼼하게 정독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고 퀴즈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균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