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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살아난다면 뭐든지 눈물

Posted November. 29, 20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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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느니 당장이라도 모래판을 떠나고 싶습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3LG투자증권). 218cm의 거구에 앙증맞은 테크노춤과 뛰어난 기량으로 프로씨름 최고 스타로 떠오른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9일 서울 장충체육관 내 한국씨름연맹 사무실. 몇 평 안 되는 방에 동료 선수들과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는 한없이 작아보였다.

해체가 결정된 LG투자증권씨름단 코칭스태프와 선수 16명은 이날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화해야한다는 선수단과 연맹 차원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굳이 공식기구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연맹의 견해차로 마찰이 빚어졌기 때문.

솔직히 뭐가 문제인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운동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최홍만은 씨름을 한 게 너무 후회가 된다며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이나 부산에 있는 여자친구와 통화 할 때는 괜찮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아대를 중퇴하고 프로씨름에 뛰어든 최홍만은 모래판 데뷔 첫 해 천하장사에 올랐고 백두장사 2회 우승을 이룬 신예 스타. 그는 씨름을 더 이상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몸무게가 엄청 빠졌다며 일본은 민속스포츠인 스모를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키우고 발전시킨다고 들었다. 요즘에는 차라리 스모 선수라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이 다시 살아난다면 단식농성을 한달이라도 하겠다는 최홍만은 이날 오후 농성에 동참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온 현대중공업씨름단 김용대(28)가 힘 내라며 어깨를 두드리자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선수단이 한국씨름연맹 퇴진 및 선수단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다음달 35일 구미에서 열릴 예정인 천하장사대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권순일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