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의 특징=지도부 교체로 어수선했던 한국노총이 빠지고 민주노총이 주도한 이번 하투는 주5일제 도입,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 등 새로운 노사 현안들을 안고 6월 중순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으로 시작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처음 산별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산별교섭이 타결된 뒤에도 서울대병원 등 수십개 병원이 장기간 파업을 지속해 산별교섭 무용론의 원인을 제공했다.
국가기간산업 사업장의 불법파업이 여론의 철퇴를 맞고 노조의 백기 투항으로 끝난 것도 주목되는 현상.
지난달 서울과 인천지하철 노조가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무시하고 불법파업에 돌입했다가 정부와 사측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파업 사흘 만에 스스로 파업을 철회한 것도 예년에 없던 일이다.
LG정유 노조도 지난달 19일부터 불법파업을 했지만 평균연봉 7000만원의 고임금과 화려한 복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은 끝에 6일 파업투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포기한 것도 조종사의 연봉이 1억원 안팎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한 원인이었다.
사측의 경우 관련 사업장에 대한 파급 효과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적당한 임금인상으로 타협해 온 그동안의 관행과는 달리 불법파업은 안 된다는 기조를 고수했다.
또 LG정유, 서울지하철, 대한항공은 근로자의 임금명세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여론의 힘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전술로 효과를 봤다.
노동운동 기류의 변화=노사정위 관계자는 거리투쟁을 지양하고 합법파업을 견지해 온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체제가 노동운동의 새 기류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임단협 대상이 아닌 사회공헌기금이나 이라크 파병 같은 정치적 문제를 하투의 이슈로 부각시킨 건 민주노총의 실수였다는 분석. 이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을 걸고 삭발단식까지 단행했지만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부턴 노조의 힘만 믿고 터무니없는 고임금을 요구하거나 법 절차를 무시하는 생떼파업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위의 잇따른 직권중재 결정과 사측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오히려 온건개혁노선을 견지해 온 이수호 체제가 난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월 말까지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하려던 민주노총은 최근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일부 강경파는 이수호 체제가 너무 온건해 노동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며 노사정위 복귀 결정은 내년 2월까지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