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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FTA 이젠 정말 비준해야 한다

Posted February. 15, 200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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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네 번째 표결을 시도한다. 비준 무산에 따르는 무역 피해와 국제사회의 비웃음에 시달리는 경제 5단체와 재외공관장 104명이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선 상황이다.

오늘도 한-칠레 FTA를 비준하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16대 국회가 비준에 4번이나 실패하고도 4월 총선에 임박해서 통과시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총선에서 대다수 농촌지역 후보들이 비준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17대 국회에서도 처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쌀시장 개방 재협상 등의 현안에 밀려 논의의 기회마저 잃어버릴 우려도 있다.

한-칠레 FTA는 칠레시장에서 우리 공산품을 더 파느냐, 덜 파느냐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에도 비준을 못해내면 한국은 대통령의 서명도 믿을 수 없는 나라, 개방을 통한 국제협력이 어려운 나라로 국제사회에 낙인찍힐 것이다. 이는 제2, 제3의 FTA에도 악영향을 미쳐 새로운 통상환경의 낙오자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일부 농촌당 의원들은 FTA 피해농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하지만 억지다. 한-칠레 FTA 발효에 따른 직접 피해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다. 오히려 개방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이런 식으로 보상하는 관행이 굳어진다면 견딜 수 없는 재정부담으로 개방정책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각 당은 농촌 표를 계산하기에 앞서 국익()을 도외시하는 정당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각 당이 어떤 당론을 정하는지, 지도부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