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구에서 나를 이을 후계자는 없다.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하는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스사진)이 포스트 이승엽은 없다는 뜻밖의 선언을 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승엽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내 후계자라고 할 만한 선수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포스트 이승엽은 올해 국내 프로야구가 풀어야 할 숙제. 인기몰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이승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야구계는 제2의 이승엽을 팬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내 후계자는 없다는 이승엽의 말은 충격적이다.
그는 내 뒤를 잇기 위해서는 야구선수로서의 재질뿐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생활과 인성도 포함된다. 또 운동선수로서의 필수조건인 독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자신이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말. 평소 겸손한 이승엽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그만큼 스스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포스트 이승엽의 주역으론 여러 선수가 거론됐다. 이 가운데 제2의 이승엽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는 한화 김태균(22)이 꼽혔다. 고졸출신에 같은 1루수인 김태균은 2001년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해 타율 0.319(7위) 31홈런(6위) 95타점(7위)을 거둔 유망주.
그러나 이승엽은 김태균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독기가 없다고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태균 외에 좌타자인 SK 이진영과 LG 박용택도 뛰어난 타격재질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이들은 팬을 휘어잡는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것. 배팅 파괴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현대 심정수는 내년이면 해외로 떠날 선수.
결국 이승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