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8롯데 마린스)과 마쓰자카 다이스케(24세이부 라이온스). 한국 최고타자와 일본 최고투수의 입씨름대결이 정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마쓰자카. 그는 3일 스포츠 닛폰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승엽과의 승부에선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3월27일 홈구장인 세이부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복수의 무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마쓰자카는 그러고도 분이 덜 풀렸는지 앞으로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선 이승엽이 지레 포기하게끔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마쓰자카가 이승엽에 대해 이처럼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의 아픈 기억 때문. 한국과의 예선과 3,4위전에 선발로 등판한 그는 이승엽을 상대로 8타수 2안타에 탈삼진 5개를 기록했지만 2개의 안타를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내줘 완패했다. 당시 이승엽은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예선전에서 중월 2점 홈런을 날린 데 이어 3,4위전에선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려 마쓰자카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러나 이는 마쓰자카가 신인 시절이던 4년 전 기록. 이승엽도 지난해 56홈런을 날리며 아시아 홈런 킹으로 등극했지만 마쓰자카의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99년 퍼시픽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까지 5년 연속 팀의 개막전 선발로 확정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성적은 16승7패에 평균자책 2.83.
대구에서 낮에는 개인훈련, 밤에는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일본 투수를 분석하고 있는 이승엽도 마쓰자카에 대해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승엽은 마쓰자카는 볼 스피드는 물론 제구력과 변화구도 기가 막힐 정도다. 가볍게 공을 던지는 데도 위력적이다. 단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말 무서운 투수가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승엽은 마쓰자카의 도발에 가까운 발언에는 시드니에선 2경기만 대결했기 때문에 그때 기록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면서도 두고 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들의 2라운드 대결은 어떻게 될까. 이승엽의 일본열도 정복 여부가 이 대결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