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간 여성 로커로 각인된 도원경(31)이 발라드를 부르면 어떨까.
도원경이 13일경 내놓을 예정인 5집 앨범에서 발라드 이 비가 그치면(작사 강은경 작곡 김태원)을 타이틀곡으로 실었다. 이 노래는 애잔한 감정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해가는 모노톤의 보컬이 돋보인다. 록에 비해 힘을 절제해가는 데는 데뷔 10주년의 내공이 깃들어 있다. 감정이 고조되는 대목에서 잔잔히 폭발하는 그의 보컬은 듣는 이의 귀를 잡아챈다.
변신이라지만, 글쎄요. 도원경도 이런 노래를 부른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다만 록은 감성의 발산인데 비해 발라드는 내 내면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도원경은 2001년 발표한 4집의 타이틀곡 다시 사랑한다면에서 발라드를 불렀다. 그러나 이 비가 그치면은 그보다 더 발라드 적이다. 이 노래에 록의 요소는 거의 없다. 그는 발라드 감정을 내면에서 삭혀 부르는 게 더 어렵다며 이런 노래가 내 체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도원경은 1993년 로커로 데뷔해 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그만큼 그는 무엇을 불러도 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 말을 입증하듯, 새 음반은 록을 내세운 수록곡이 많다. 발라드는 타이틀곡 외에 어느 마음 추운 날 나를 용서해 이제는 등이다. 나머지 수록곡 마이 라이프 그랬었잖아 첫사랑 슈퍼스타 어쩌면 나는 등은 모두 록이다.
마이 라이프 슈퍼스타는 도원경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얼터너티브 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슈퍼스타는 아예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질주하는 모던 록이다. 가식적인 너의 눈빛 교만 가득한 모습으로그 껍데기에 전부라고 말하지로 시작하는 가사에는 로커 특유의 예리한 비판이 담겨 있다.
도원경은 90년대 댄스 열풍 속에서 늘 외톨이였고 음반을 내기도 어려웠다. 10년 동안에 낸 5장의 정규 음반이 그런 외로움의 표시다. 그렇지만 노래 덕분에 내 삶이 존재했고, 발라드는 그런 고생에서 겪은 감정을 담은 노래죠.
그는 11월 일본의 록 그룹들과 함께 도쿄 시부야 공연장 순회콘서트를 펼치며 12월에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