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발생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이 청구된 지 10개월 만에 법원이 본격적으로 재심여부를 심리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병운 부장판사)는 내주 초 이 사건 변호사 등을 불러 향후 심리 일정을 논의하고 10월부터 매달 3, 4차례 심리를 벌여 이르면 올해 안에 재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앞으로 심리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재조사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듣기로 했다.
통상 형사사건 재심청구의 경우 새로운 증거 등 제출된 기록만으로 재판장이 재심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는 7월 국방부로부터 3만쪽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를 마친 상태다.
이 사건 재심은 지난해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인혁당 사건은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가 위조되는 등 사건 자체가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발표하자 유족들이 그해 12월 서울지법에 청구한 것.
따라서 심리의 핵심은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결론이 재심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효력을 갖는지 여부다.
현행법은 확정판결 당시와 다른 상황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명백한 증거가 나왔을 때 등에 한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일 경우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오판으로 시인하는 셈이어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518특별법처럼 인혁당 특별법을 제정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혁당 사건은 관련자들이 1974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청학련을 조종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구속된 23명 중 8명에게 사형 확정 판결을 내렸고 판결 20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