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개발, 고문 살해, 부정부패.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둘러싼 그동안의 소문은 어디까지 진실이었을까. 바그다드 등 주요 도시가 연합군에 점령됨에 따라 후세인 정권에 대한 온갖 소문이 악성 유언비어였는지 사실이었는지가 하나하나 판명되고 있다.
인권 탄압=고문 등 인권 탄압은 상당 부분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남부 나시리야에서는 9일 집권 바트당 소속 보안군의 고문실로 보이는 단층 건물이 발견됐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5개의 빗장 달린 독방에는 손잡이가 달린 발전기 등 전기고문시설이 있었다. 집중 감시 대상 주민들 리스트에는 어린이들의 사진도 붙어 있었다.
남부도시 바스라에서는 한번 끌려가면 돌아오기 힘들다고 알려진 비밀경찰의 감옥이 공개됐다. 동생과 함께 끌려갔다가 혼자 간신히 풀려났다는 한 시민은 그들은 가죽채찍으로 온 몸을 내리쳤으며, 허공에 매단 채 구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감자들을 감전사시키거나 화학약품에 신체를 담그게 하고 손발톱을 뽑았으며, 인두로 등을 지져대고 끓는 물을 끼얹는 고문이 자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량살상무기=미군은 이동식 실험실을 갖춘 대량살상무기 수색팀 3개조를 파견해 화학무기 제조시설로 보이는 여러 곳을 수색했지만 아직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주 초에 바그다드 남동쪽의 한 바트당 본부에서 유엔무기사찰단을 속이는 방법에 대한 교본이 발견되고, 지난 주말에는 나시리야 인근 유프라테스강의 강물 속에서 미 해병대가 독극물인 사이어나이드와 겨자가스 농축물질을 발견하는 등 화학무기 개발 의혹을 짙게 하는 정황 증거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미군은 전투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라크 전역에 걸쳐 400개의 우선 수색 대상 장소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