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에선 신인들을 커피 한잔(A cup of coffee)으로 부른다.
루키들을 다루는 것은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처럼 손쉽고 가벼운 일이라는 뜻. 하지만 1일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시즌 개막전에 5번 중심타자겸 1루수로 나선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24)은 커피 열잔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었다.
차분하게 볼을 골라낼 줄 아는 선구안, 전혀 긴장하지 않은 채 동료들을 다독이는 여유, 상대투수와의 승부까지. 베테랑들도 저절로 다리가 후들거리는 개막전에 첫 출전한 그는 전혀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었다.
1회 무사 3루의 찬스에서 메츠 선발 톰 글래빈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당한 최희섭은 3회 선두타자로 나가 곧바로 앙갚음했다. 원스트라이크 뒤 2구째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2루타를 날린 것. 사이영상 2회 수상에 개인통산 242승을 거둔 왼손투수의 대명사 글래빈을 상대로 첫 출장한 개막전 두 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2루타였다.
무사 2루의 기회를 만든 최희섭은 1사 후 코리 패터슨의 가운데 안타 때 홈을 밟았다. 4-2로 쫓긴 상황에서 얻은 귀중한 추가득점. 4회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난 최희섭은 6,7회 메츠의 좌완 배시크를 상대로 연속 볼넷을 얻고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9회엔 삼진아웃돼 4타수 1안타 3득점. 데뷔전 치곤 뛰어난 활약이었고 컵스의 베이커감독도 그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선발 케리 우드가 5이닝 2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고 7번 코리 패터슨이 2홈런 포함, 6타수 4안타 7타점으로 방망이를 폭발시킨 컵스는 15-2로 기분좋은 승리를 가져갔다. 이 게임은 195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를 17-3으로 대파한 이후 가장 일방적인 개막전 경기로 기록됐다.
지난달 31일 텍사스 레인저스-애너하임 엔젤스의 1경기만 열려 이날 사실상의 개막일을 맞은 메이저리그는 각팀들이 에이스들을 총동원했으나 이변이 속출했다.
LA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지난해 투수 3관왕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9이닝 동안 7탈삼진 4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냈다. 반면 6과 3분의2이닝 동안 9안타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존슨은 92년부터 이어져온 개막전 무패행진(5연승)을 마감.
뉴욕 팬에게 첫 선을 보인 메츠의 톰 글래빈은 3과 3분의2이닝 동안 8안타 5실점으로 이미지를 구겼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도 7이닝 9안타 4실점으로 부진.
하지만 불혹(40세)을 맞은 뉴욕 양키스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6이닝 3안타 무실점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 경기에서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는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양키스는 포수와 충돌한 간판 유격수 데릭 지터가 왼쪽어깨 부상으로 최소 2주 이상 결장하게 돼 초반 경기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애틀랜타의 봉중근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2-8로 뒤진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