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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세계사회포럼 연설

Posted January. 26, 20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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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학력의 노동자 출신으로 3전4기 끝에 브라질의 첫 좌파 대통령이 된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58)이 24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정치인이 WSF에 참석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기아 해결과 이라크 전쟁 반대를 역설해 4만여명의 관중들로부터 마치 록 스타와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반()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리는 WSF의 창설에 대한 그의 공헌과 그의 좌파 노선이 참석자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룰라 대통령은 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하는 데 쏟아붓는 돈으로 빵과 콩과 쌀을 사 불쌍한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쓴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를 전세계에 말하고 싶다며 부()가 보다 공정히 분배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촉구했다.

그는 또 북유럽의 어린이들만큼 아프리카의 헐벗은 어린이들도 풍요롭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며 어린이 수백만명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억달러를 전쟁 비용으로 소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이해라고 역설한 그의 연설이 끝나자 군중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연설을 경청한 아르헨티나의 마리아 로사 베네수엘라는 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이번 포럼 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는 바로 우리가 갈망했던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WSF에는 제3세계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유럽의 소가 되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국제 시민단체 사회감시(Social watch)가 제출한 이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이 소 한마리에 2.2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28일에는 지구 반대편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세계의 정재계 리더들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할 계획이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