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나랏빚과 가계빚이 심상치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5년 전 외환위기와는 다른 형태의 내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이 문제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3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2001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정부 공식통계에 따르더라도 122조원에 이른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의 67조원보다는 갑절 가까이로 급증했다.
하지만 재정에서 실제로 갚아야 할 빚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식 국가채무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빚 외에 상당부분 회수가 어려울 것이 확실시되는 공적자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의 잠재적 부채 국가보증채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나랏빚은 정부 공식통계의 47배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97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 재정이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다시 위기가 온다면 지금같이 부실한 재정으로는 도저히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최소한 정부 공식통계의 4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실질적 국가채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위기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개혁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박개성() 가립회계법인 대표는 기업회계에서와 같이 국가가 실질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채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760조원은 된다고 추산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신용불량자 양산은 또 하나의 뇌관으로 꼽힌다.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424조3000억원으로 97년 말의 211조2000억원보다 배로 늘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계신용비율(가처분소득 중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평균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고스란히 빚(원리금)을 갚는 데 써도 모두 털어 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특히 10명 중 6명은 가계신용비율이 250%나 된다.
이에 따라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새로운 경제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자금이 가계부문에 집중적으로 쏠리면서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