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해상으로 집단귀순해 온 순종식씨(70) 가족은 2년 전부터 치밀하게 탈북을 준비해 왔으며 2000년 12월에는 중국 단둥()의 동항에서 남측의 동생과 조카를 3일 동안 만나 탈북 계획을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종식씨의 동생 봉식씨(55부동산업대전 중구 선화동)에 따르면 8남매 중 현재 생존해 있는 남동생 3명과 여동생 1명은 모두 대전, 충남 홍성군 등지에 살고 있으며 둘째동생인 자신은 당시 단둥에서 종식씨와 장조카 용범씨(46)를 만났다는 것.
3명이 만난 자리에서 용범씨는 자녀들만이라도 자유의 땅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살도록 하고 싶다. 이는 아버님의 소원이기도 하다라며 탈북 계획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용범씨는 이어 탈북해 남한으로 갈 경우 정부에서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을 해 주는지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물었다.
그는 현재 가지고 있는 고깃배는 작고 낡아 탈북하기 어렵고 20여명이 탈 수 있는 중국 어선을 구입하려면 1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봉식씨는 당시 귀국 비용을 제외하고는 500600달러밖에 남지 않아 우선 이 돈을 용범씨에게 전달한 뒤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뒤로 연락이 끊겨 실제로 도움은 주지 못했다.
봉식씨는 조카(용범)가 사전에 비밀이 누설될까 우려해 오히려 연락을 끊고 착실히 탈북을 준비한 것 같다며 그는 식구들을 위해 러시아 벌목공 일도 하는 등 생활력이 강한 데다 고기를 잡기 때문에 10여일씩 집을 비워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어 탈북 조건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조사결과 이들은 치밀한 사전 준비 끝에 탈북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625전쟁 당시 의용군에 끌려간 순종식씨가 큰아들 용범씨에게 남쪽에 삼촌들이 살고 있다고 자주 얘기했으며 선장으로 지내는 용범씨도 식량난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자 남한 사회를 동경해 왔다고 밝혔다. 해경 조사결과 순씨는 북한에서 50년간 살았으며 2년 전부터 북한 탈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업지도국 소속의 어선 선장을 지내고 있는 용범씨가 탈출 항로, 물품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는가 하면 함께 탈북할 이웃들도 규합하는 일을 맡았다고 해경은 밝혔다.
용범씨는 자신의 가족 외에 자신이 몰던 20t급 목선 대두 8003호의 기관장 이경성씨(33)와 그의 친구 방회복씨(45) 가족 3명을 합류시켰다는 것.
이들은 17일 오전 4시 순씨 가족이 살고 있는 평북 신의주시 남하동과 가까운 선천군 홍건도 포구에 모여 출항해 38시간여의 항해 끝에 우리 해경을 만났으며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4시경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즉시 관계기관의 합동 신문을 받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