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중 통일방안을 다룬 제2항에 대해 북측이 연방제를 추진하겠다면 (이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이 문제가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어제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국민정서에 영합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부정하는 엄청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대선 후보들 간의 이번 공방을 계기로 앞으로 6개월여 남은 대선과정에서 통일방안에 관한 논의가 좀 더 깊이있게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 통일의 방법론을 정립하는 일은 다음 대통령에게도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같은 논쟁이 나오게 된 뿌리는 615 공동선언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에 있다.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내용의 제2항은 국민적 여론 결집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615 공동선언에서 처음 등장한 생소한 용어다. 우리 사회나 정치권에서도 이 용어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었지만 북측도 이전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고 615 공동선언 뒤로도 이 용어에 대한 북측 고위층의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 한마디로 정체가 불분명한 용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우리의 연합제 방안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 것이라고 한 임성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은 안이하고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다. 오히려 북측은 그동안 남측이 북측의 연방제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선전했다는 점에서 볼 때 남북은 이 항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방안을 둘러싼 대선 후보들 사이의 활발한 논쟁은 이처럼 애매한 부분을 정리할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당장 기대되는 효과는 국민의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