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가까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동티모르가 20일 21세기의 첫 신생독립국가로 탄생했다. 1524년 포르투갈의 식민지 지배 이후 478년 만의 주권회복이다.
그러나 동티모르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고황(킰)이 된 동족상잔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파탄에 이른 경제를 살리는 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독립선포프란시스코 구타레스 동티모르 국회의장은 이날 0시 수도 딜리의 타시톨로 광장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 80여개국 지도자와 주민 20여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선포식을 가졌다.
지난달 14일 대선에서 압승한 독립 영웅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 당선자는 독립선포 직후 초대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행사가 끝난 뒤 새벽 내내 폭죽을 터뜨리고 횃불행진을 벌이며 독립을 자축했다.
미국 등 27개국과 15개 국제기구 대표들은 14일 딜리에서 만나 동티모르의 석유 및 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2005년까지 4억4000만달러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유엔은 동티모르의 국경수비와 치안 등을 돕기 위해 2004년까지 유엔 평화유지군(PKF) 5000명을 주둔시키기로 했다.
과제와 전망우선 뼈에 사무칠 정도로 쌓인 주민들간의 원한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이다. 이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인도네시아 지배 시절 독립 여부를 놓고 주민들끼리 치열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 주교가 19일 오전 미사에서 오늘밤 독립을 앞둔 나의 메시지는 평화와 관용, 용서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화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단죄 주장도 만만치 않아 화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나라 경제는 거의 파탄 직전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78달러로 세계 20개 최빈국에 속한다. 게다가 99년 독립을 위한 유혈사태 이후 국가 기간시설은 거의 파괴됐다. 변변한 생필품 공장 하나 없으며 수도의 공항은 여객기 2대를 겨우 이착륙시킬 수 있는 정도다. 농사를 주로 짓는 이 나라 주민의 절반은 문맹이다. 신생아 2명 중 1명은 영양실조로 인한 저체중아다.
PKF가 철수할 경우 국방 및 치안도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령 서티모르엔 6만여명의 동티모르 난민이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점령 시절 반()독립파 민병대로 활동했거나 인도네시아에 협력한 사람들로 동티모르가 독립하면서 서티모르로 도주한 주민들이다.
동티모르 정부는 진실화해포용위원회를 설치,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를 주선하면서 이들의 귀환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난민들은 피해주민들의 보복이 두려워 선뜻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난민들이 독립선언일 이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경우 자국민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해 두 나라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