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성장 발목 잡는 국회의원들
Posted November. 20, 2023 08:22,
Updated November. 20, 2023 08:22
신산업 성장 발목 잡는 국회의원들.
November. 20, 2023 08:22.
by You-Young Kim abc@donga.com.
“우리 국회는 평소엔 자기들 싸움하다가 나중에 법안을 몰아서 왕창 통과시키잖아요. 한 번에 50개 통과는 예사고…. 오죽하면 일본에서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느냐며 벤치마킹하러 왔겠어요.”
최근 만난 한 재계 인사는 대한민국 국회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탄식을 쏟아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는 일에만 골몰했지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혁신산업을 키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자르거나 제거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 치료제나 종자 개발을 위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가 16일(현지 시간)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질병 치료법을 승인하는 등 각국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바이오 혁명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상용화 자체가 막혀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유전자 교정 식품에 대해 유해성 심사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법안(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작물을 유전자변형식품(GMO)으로 간주해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센 영향이 크다. 최근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는 한 야당 의원은 GMO반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의 반대와 GMO 수입 증가, 생태계 교란 우려 등을 쏟아냈고,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입장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렇게 국회에서 법안이 잠자고 있는 사이 ‘갈변되지 않는 감자’를 개발해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GMO 규제 면제 승인을 받은 툴젠,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21일 동안의 생존 기록을 달성한 생명공학기업인 옵티팜 등 유전자가위 기업은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됐다.
공유차량 업체가 공영주차장에 차고지(주차장)를 확보할 수 있는 주차법 개정안은 쏘카 등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1년 넘게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각국은 도심 교통난 완화와 탄소 배출 억제 등 공공의 목적을 감안해서 소비자가 필요할 때만 차량을 쓴다는 모바일 스트리밍(mobile streaming)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유차량 업체에 주차장 확보를 지원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메타버스 진흥법 제정안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올라와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정작 메타버스 산업을 어떻게 진흥시킬지 여부보다는 특정 소설에 나온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미국 특정 업체가 최초로 썼는데, 보통 명사화할 수 있는지, 법안명을 영문이 아닌 가상융합콘텐츠산업 등, 가상융합산업 등으로 바꿀 순 없는지, 이 경우 가상화폐로 투기적 바람이 일었는데, 가상자산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등 본질과 겉도는 논의만 오갔다.
최근 동아일보가 규제개혁 혁신 법안 146개를 분석한 결과 단 6개 법안만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외치고 나섰지만, 규제 혁파의 시작 단계인 국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시켜 주겠다느니,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신도시 정비사업을 빨리 하게 해주겠다느니 당장의 유권자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개발 공약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혁신 산업 규제 완화가 절실하지만,국회가 혁신 산업의 성장을 발목 잡아선 안 된다. 다음 달 9일 끝나는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보름 남짓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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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는 평소엔 자기들 싸움하다가 나중에 법안을 몰아서 왕창 통과시키잖아요. 한 번에 50개 통과는 예사고…. 오죽하면 일본에서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느냐며 벤치마킹하러 왔겠어요.”
최근 만난 한 재계 인사는 대한민국 국회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탄식을 쏟아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는 일에만 골몰했지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혁신산업을 키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자르거나 제거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 치료제나 종자 개발을 위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가 16일(현지 시간)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질병 치료법을 승인하는 등 각국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바이오 혁명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상용화 자체가 막혀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유전자 교정 식품에 대해 유해성 심사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법안(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작물을 유전자변형식품(GMO)으로 간주해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센 영향이 크다. 최근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는 한 야당 의원은 GMO반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의 반대와 GMO 수입 증가, 생태계 교란 우려 등을 쏟아냈고,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입장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렇게 국회에서 법안이 잠자고 있는 사이 ‘갈변되지 않는 감자’를 개발해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GMO 규제 면제 승인을 받은 툴젠,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21일 동안의 생존 기록을 달성한 생명공학기업인 옵티팜 등 유전자가위 기업은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됐다.
공유차량 업체가 공영주차장에 차고지(주차장)를 확보할 수 있는 주차법 개정안은 쏘카 등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1년 넘게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각국은 도심 교통난 완화와 탄소 배출 억제 등 공공의 목적을 감안해서 소비자가 필요할 때만 차량을 쓴다는 모바일 스트리밍(mobile streaming)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유차량 업체에 주차장 확보를 지원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메타버스 진흥법 제정안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올라와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정작 메타버스 산업을 어떻게 진흥시킬지 여부보다는 특정 소설에 나온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미국 특정 업체가 최초로 썼는데, 보통 명사화할 수 있는지, 법안명을 영문이 아닌 가상융합콘텐츠산업 등, 가상융합산업 등으로 바꿀 순 없는지, 이 경우 가상화폐로 투기적 바람이 일었는데, 가상자산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등 본질과 겉도는 논의만 오갔다.
최근 동아일보가 규제개혁 혁신 법안 146개를 분석한 결과 단 6개 법안만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외치고 나섰지만, 규제 혁파의 시작 단계인 국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시켜 주겠다느니,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신도시 정비사업을 빨리 하게 해주겠다느니 당장의 유권자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개발 공약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혁신 산업 규제 완화가 절실하지만,국회가 혁신 산업의 성장을 발목 잡아선 안 된다. 다음 달 9일 끝나는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보름 남짓 남았다.
You-Young Kim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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