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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대법원장의 과제

Posted August. 22, 2023 08:43,   

Updated August. 22, 2023 08:43


김명수 대법원장의 6년 임기가 다음달 24일로 끝난다. 대통령은 후보추천위원회 없이 독자적으로 대법원장을 지명한 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임명한다. 지명에서 임명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달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내로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돼 엘리트 고위 판사들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하거나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대거 대법관, 법원장 등 고위 법관직과 주요 보직에 약진하는 판갈이가 이뤄졌다. 특정 모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본 법관들을 솎아내고 사법농단 사태로 과도한 피해를 본 법관들에게 기회를 줘 과거와는 반대로 기울어진 인사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법원의 신뢰회복을 위한 새 대법원장의 최우선 임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농단이 법원 관료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법원 관료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고등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앴다. 고등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에는 개혁적 측면이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는 실패했다. 법관들이 고등 부장판사가 되기 위해 남보다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지면서 재판 지연이 만연해졌다. 새 대법원장은 법원 관료화를 피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판사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새 틀을 짜야 한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의 사무분담권 등 많은 권한이 평판사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평판사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이 인사 관리의 방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서 인사 자료 수집마저도 불법으로 취급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등의 부적격 언행을 일삼는 판사들에 대한 처리가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아직 법조일원화가 일천해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임용돼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법관이 많은 만큼 엄정한 인사 평가와 재임용 심사를 통해 궤도를 벗어난 법관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대법원장 후보가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점한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김 대법원장 지명 때도 여야간에 논란이 격렬했으나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대통령은 합리적인 인물을 지명하고 야당도 최소한 대법원장 임명에서 만큼은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