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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 與 경선, 집권당 위상 회복이 발등의 불

‘이전투구’ 與 경선, 집권당 위상 회복이 발등의 불

Posted March. 04, 2023 08:04,   

Updated March. 04, 20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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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어제 채널A 주관으로 당 대표 경선 마지막 TV 토론을 열고 당 차원의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오늘부터 나흘간 모바일투표와 ARS 투표가 이어지고 8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지난해 3·9대선 1년 만에 치러지는 집권 여당의 전대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냉랭한 게 사실이다.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책임 있는 여당의 면모를 갖추고 국정을 뒷받침할 기반을 닦는 계기가 돼야 할 전대다. 하지만 ‘당원 투표 100%’ 룰 변경, 윤심 개입 논란으로 출발한 경선은 대통령 탄핵과 총선 공천권 운운하는 신경전으로 번지더니, 막판엔 경쟁후보에 대한 수사의뢰까지 이어졌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개최된 연설회 때마다 경쟁후보를 향한 비하 발언과 지지자들간 야유가 난무했다. 2일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선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당을 망칠 사람”이라고 했고, 안 후보 등은 김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들어 “이재명의 대장동과 판박이”라고 주장했다. 울산 KTX역 연계도로가 김 후보 소유의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2007년 설계가 변경되며 김 후보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다. 김 후보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황교안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과거 불법 레이싱 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다른 후보들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선 과정을 돌아보면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민생은 힘들고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전대를 열면서도 정책노선에 대한 논의도, 국가 혁신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다. 보수정당의 미래나 당의 쇄신 방안은커녕 친윤, 비윤 등으로 갈려 싸우는 행태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당이 예측가능한 입법 활동으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국가안정과 위기극복을 위해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이다. 특히 주요 정책의 최종 결정권이 행정부에서 국회로 옮겨온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안정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당권 싸움으로 불안감만 키웠다. 누가 되든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신뢰할 수 있는 집권당의 능력과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