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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정부조직 개편, 100년 갈 그림 그리라

[사설] 박근혜 정부조직 개편, 100년 갈 그림 그리라

Posted January. 16, 20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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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인수위는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경제부총리제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현행 15부 2처 18청 체제는 17부 3처 17청으로 바뀐다. 기능 측면에서 부처간 칸막이 문제를 극복할 경제, 과학기술, 복지,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의 역할에도 관심이 크다.

역대 정부의 조직은 그 정권의 국정 철학과 미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한다는 창조경제론을 앞세웠다. 글로벌 차원의 무차별 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를 강조했다. 이같은 국정철학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과 복지 컨트롤타워의 기능 강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ICT 담당 독립부처를 세우는 대신 미래창조부의 차관이 맡게 한 것은 못내 아쉽다. ICT는 스마트 혁명과 결합돼 쇼핑 학습 의료 에너지 등 모든 산업의 형태를 송두리째 바꿀 미래 비즈니스의 핵폭탄이다. 변화를 내다보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대변 대비하고 지원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국무회의나 국회에서 전문적 식견과 책임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기초과학은 투자 회임기간이 길며 단기성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특성이 있다. 당장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할 ICT 등과는 차이가 크다. 과학기술이라고 하지만 성질이 판이한 두 분야를 한 바구니에 넣음으로써 정책의 불균형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해양수산부의 독립이 과거처럼 해운항만 분야와 수산을 단순 조합하는 조직으로의 회귀라면 부족하다. 해양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다양한 해양 이슈에서 국익을 지키며 현장 중심의 연구개발을 추진해 해양 분야 과학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견인할 수 있는 통합적 행정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방도시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해수부 유치 주장은 해수부를 고립시키고 군소 부처화로 이끄는 단견이다. 해수부는 세종시에 다른 정부부처들과 함께 있어야 활발한 부처간 협조가 가능하다.

통상 보수는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보수의 지지를 받은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조직을 늘리려 하고 있다. 물론 정부 조직은 시대의 변화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따져 결정할 일이지만 큰 정부가 보수 기조에 맞느냐는 논란은 이어질 것 같다. 경제 정책은 워낙 방대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수행할 수밖에 없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수립되고 조정돼야 한다. 경제부총리 제도의 신설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조직이 경직돼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안 되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고 부처 명칭을 바꾸는 관행은 버려야 한다.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다. 꼭 따라 할 일은 아니지만 200여 년 전 미국 건국 당시의 재무부는 지금도 재무부다. 이번에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개편이 너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