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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6•25날에 호국의 다리 붕괴원인 논란

하필 6•25날에 호국의 다리 붕괴원인 논란

Posted June. 27, 20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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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북 칠곡군 약목면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입구. 위험 추락주의라는 푯말이 적힌 안내문과 노란색 안전펜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시야에 들어온 다리는 폭격을 맞은 듯 부셔져 있었다. 전체 9개 교각 중 약목면 방면 2번 교각은 사라졌다. 아치형 철골구조물은 1번 교각에 걸쳐진 채 휘어져 있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물에 잠겨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김미진(가명41여) 씨는 전쟁도 아닌데 호국의 다리가 참혹한 모습으로 붕괴돼 있어서 너무 안타까웠다며 아들이 다리가 무너진 이유를 자꾸 물었는데 뭐라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625날 무너진 호국의 다리

호국의 다리 2번 교각이 무너진 시간은 25일 오전 4시 10분경.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에 따르면 22일부터 칠곡군 지역에 내린 장맛비의 영향으로 낙동강 수위가 계속 상승하면서 유속이 빨라진 탓에 교각이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다리 469m 가운데 60여 m가 유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1905년 일제강점기 때 철골 콘크리트 구조의 철교로 만들어진 호국의 다리는 625전쟁 때 낙동강 최후 저지선이었다. 유엔군은 1950년 8월 3일 북한군 남하를 막기 위해 왜관읍 방면 교각을 폭파했다. 휴전 후 목재로 다시 연결돼 인도교로 이용됐다. 1993년 현재 모습으로 복구해 보행 전용도로로 개통됐다. 이때부터 625전쟁 때 나라를 구했다는 의미에서 호국의 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2008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다리는 칠곡에서 호국의 상징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에 별다른 휴식처가 없어서 주민들은 다리를 오가며 산책과 조깅을 즐기고 있다. 다리가 끊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수십 명의 주민들은 이날 오후부터 현장을 찾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43여)는 다리가 하필 625날 무너졌다는 소식에 마을이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준설이 원인 vs 정밀조사 해봐야

주민들은 장맛비 영향이 아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준설작업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바닥을 파내면서 교각 기반이 약해졌고 높아진 수압이 붕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리가 무너진 날인 25일 칠곡지역 강수량은 63.2mm. 평년과 비교했을 때 많지 않은 양인데다 당일 오전 6시까지는 7mm에 불과했다.

곽경호 칠곡군의회 의장은 지금까지 태풍, 장마에도 끄떡없었던 다리가 무너진 것은 한쪽만 계속 파내는 무리한 준설 작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2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호국의 다리가 붕괴된 것은 4대강 사업의 무리한 공사 강행과 무분별한 준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구간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26일 오전 서종욱 사장이 현장으로 내려가는 등 붕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붕괴된 교각 주변은 시공 구역 내 준설 구역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직접적 연관성 여부는 원인 분석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교각 일대 수위가 높아 자세하게 원인을 분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량 관리담당청인 칠곡군과 경북도 주관으로 합동 원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김현진 jang@donga.com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