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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의실 펀 작명 붐

Posted April. 01,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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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 제주도에서 회의 있습니다. 준비하세요.

인터넷 키워드 검색광고업체인 오버추어의 K 씨는 입사 다음 날 상사에게 이런 지시를 받았다.

우리 회사는 역시 달라. 제주도에서 회의를 하다니. K 씨는 곧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동도 하지 않는 선배들. 알고 보니 제주도는 회의실 이름이었다.

기업마다 회의실 자료실 등 공용 공간에서 팩스 같은 사무용품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이름 붙이기가 유행이다.

주로 제품이나 경영철학을 이름으로 쓰지만 휴양지나 음식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은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직원들의 애사심과 일체감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국내외 명소 이름 붙인 회의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용문산 회의실 앞은 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 방이 용문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다음부터 이곳에서 회의를 한 팀은 광고를 따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늘 성적이 좋았다. 천연기념물인 용문산 은행나무에서 정기를 얻어서라는 생각에 너도 나도 이 방으로 몰린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회의실에는 몰디브 산토리니 카프리 등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이 붙었다. 지루한 회의지만 즐겁게 놀러 가는 느낌을 주자는 것. 이 회사 자료실 이름은 늘 푸른 숲이다. 머리를 식히며 재충전하라는 뜻이란다.

회의실에 안면도 홍도 등 섬과 개심사 선암사 등 사찰 이름을 붙인 오버추어에서는 프린터에도 이름이 있다. 갈비 김치 만두 라면 등이다. 회의실에는 명패라도 달렸지만 프린터에는 그조차도 없어 신입사원은 프린터 이름을 외우느라 즐거운 노력을 해야 한다.

회의실 이름이 안방 거실 주방 욕실인 생활용품 전문 판매점 다이소에서는 주방이나 욕실을 찾아다니는 신입사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장을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필요를 잘 포착하자는 의미다.

기업 역사와 제품명 가르치기도

이런 작업은 기업의 역사, 경영이념, 제품명 등을 사원들에게 숙지시키는 역할도 한다.

나이키코리아는 각종 공간과 상()에 기업의 역사와 슬로건, 상품명, 기업철학, 주요 광고모델 이름을 붙였다. 1년에 두 차례 최우수 사원에게 수여하는 상의 이름은 JDI상.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에서 따왔다. 회의실 이름은 나이키 설립연도를 딴 1972룸, 경영철학인 Innovation(혁신)룸 등이다.

미국 나이키 본사는 광고모델의 이름을 쓴다.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건물을 마이클 조든 빌딩, 회의실과 연회장이 있는 건물을 타이거 우즈 센터로 부른다. 해당 선수의 출신 대학이나 그가 가장 좋아하는 빵의 이름을 식당이나 매점 이름으로 붙이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레사 졸라덱스 넥시움 카소덱스 등 어려운 전문의약품의 제품명을 회의실에 붙였다. 그 덕분에 어려운 제품명을 쉽게 외울 수 있다.

직원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다국적 홍보대행사 에델만코리아는 1년에 한 번 가장 우수한 직원을 직원 투표로 뽑은 뒤 회의실에 그의 이름을 붙인다. 일회성이 아니라 1년 내내 그의 업적과 의미를 기억하라는 뜻이란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