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북한을 탈출하는 여성 시인과 종파 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사는 소년의 삶을 병치하면서 개인을 억압하는 정치의 문제점을 고발한 작품이다.
영화의 제작 과정은 올해 국내 개봉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닮았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아 8세 소녀 진미의 일상을 촬영하다가 그 일상이 모두 조작된 가짜임을 발견하고 이면을 폭로했다.
킨셀라 감독도 북한 당국의 협조 아래 북한 여성 시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찍기로 했다. 하지만 2014년 북한에 도착한 직후 이 시인과 그의 가족, 이웃이 모두 동원된 연기자임을 발견하고 주제와 촬영 기법을 확 바꿨다. 후반 작업의 컴퓨터그래픽(CG)을 염두에 두고 화면에 빈 공간을 둔 채 촬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이 10만 명 들어갈 수 있는 빈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한 뒤 CG로 관중을 그려 넣는 방식이었다. 또 영화에 출연하는 북한 사람들 몸 위에 꼭두각시 줄을 그려 넣었다.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총 2만 개의 줄을 그려야 했기에 후반 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킨셀라 감독은 여기에 개신교와 가톨릭의 반목으로 유혈 분쟁이 벌어졌던 자신의 소년 시절 삶을 병치시켰다. 그는 북한에서 “모든 외국인은 간첩이고 악하다”란 말을 듣고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어른들이 정해주던 당시의 북아일랜드를 떠올렸고 “누군가가 정해준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개인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유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