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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스트롬의 충고

Posted October. 26, 20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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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생물학자 가렛 하딘은 1968년 발표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을 통해 지하자원, 공기, 공원, 해양자원처럼 공동체가 함께 사용해야할 자원을 사적() 이익에 골몰하는 시장에만 맡겨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지가 있다면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 추구해 공유지는 금세 황폐화하고 자원은 고갈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강 상류에서 제품생산을 위해 강물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공장주에겐 이익이지만 강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다른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첫 여성인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이런 공유지 관리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개입도 시장원리도 아닌 제3의 길, 즉 사용자 집단에 의한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코끼리 증가가 좋은 사례다. 코끼리들이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 자발적으로 코끼리를 보호해 코끼리 수가 크게 늘어났다.

오스트롬 교수는 한국인 제자도 많이 두었고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는 2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긴 해안선과 연안자원을 한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고 어장 및 수자원 관리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그의 전공이 공유지 관리인 점도 있겠지만 우리들이 잊고 있던 연안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권고다. 갯벌 매립, 쓰레기 투기(), 기름오염 사고 및 어족자원 감소로 연안 생태계가 중병을 앓고 있는 터여서 그의 충고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스트롬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에 대해 시장만능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평가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렇게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다. 오스트롬은 시장실패도 인정했지만 정부의 섣부른 개입이 낳은 비효율성도 질타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의 회복이고 시민사회의 건강함이다. 오스트롬의 제자인 이명석 성균관대 교수는 그는 국민들이 스스로 협력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대해 평생 연구했다고 말했다. 많은 분야에서 내 몫 찾기와 무임승차가 만연한 한국사회에 오스트롬의 충고가 스며들었으면 싶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