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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업계 쥐어짜기 경영

Posted January. 04, 2008 03:02   

국제 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한때 돌파하자 항공, 해운물류, 섬유 등 유가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가 100달러는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만 상당수 기업은 이미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는 하고 있는 상태다.

섬유 화학업계도 비상

항공업계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대한항공은 3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144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해부터 쥐어짜기 경영을 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항공사들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비수익 노선 운항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항공유 수요량은 13억3000만 갤런(약 3200만 배럴)으로 추정된다며 유류 절약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름값이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물류업계는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통운은 차량 수리비, 타이어비 등 기타 경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벙커유 가격이 t당 1달러 오르면 280만 달러(약 26억32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유가가 상대적으로 싼 나라에서 기름을 채우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섬유와 석유화학업계는 긴장감 속에 가격 상승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오롱은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유가 수준을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약 72달러로 잡았는데 이미 80달러를 넘어섰다며 원자재 가격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제철화학은 유가와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심리적인 충격이 크다며 나름대로 대비해 왔지만 대응 수단이 제한돼 있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산업이 피해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전자업계는 석유제품을 원자재로 쓰지 않기 때문에 당장 충격은 없지만 고유가 현상이 물류비와 재료비 상승에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가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떨어뜨려 차량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 산유국에서는 오히려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유통업체와 생활용품 생산업체들은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생활물가도 오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밀가루, 참기름 등을 생산, 판매하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제품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유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계점을 넘으면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커져 수익이 좋아지는 정유업계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외 경기가 악화돼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차기 정부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유류세 인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크게 오르면 세금을 일부 내려도 유가 상승분이 이를 흡수해 세금 인하 효과가 미미해진다며 이에 따른 비난은 고스란히 정유업계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극인 김유영 bae2150@donga.com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