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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 북 유엔대표부

Posted October. 11, 2006 06:49   

한반도를 소용돌이로 몰아간 핵실험을 감행한 다음 날인 10일 북한의 관영 언론매체는 핵실험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유엔에서의 표정은 달랐다. 유엔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들은 핵실험 정당화 논리를 펴며 나름대로 홍보전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9일(한국 시간 10일) 뉴욕에서 만난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핵실험에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북한 내부=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0일 핵실험 관련 보도는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심단결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더욱 높이 추켜들고 수뇌부의 두리(주위)에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늘 미제의 무분별한 대조선(대북) 적대 시 정책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에는 전쟁의 검은 구름이 무겁게 드리우고 있다며 미국 비난에 열을 올렸지만 핵실험 언급은 없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같은 날 당의 선군정치, 선군혁명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라의 군사적 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장문의 사설을 통해 선군의 길에 영원한 강성번영이 있다. 국방공업 발전에 필요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고 당의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 방침을 철저히 관철해 우리나라를 고슴도치처럼 그 어떤 적도 덤벼들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우리 당의 혁명철학이며 선군혁명의 천하지대본인 일심단결을 더욱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면서 김정일 동지만을 굳게 믿고 혁명 수뇌부와 운명을 같이하려는 신념을 깊이 간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9일을 택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작 당 창건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분위기는 실종된 듯하다.

통일부는 당 창건 61돌 행사 관련 동향이라는 참고자료에서 내용이나 규모가 예년에 비해 저조한 수준으로 진행됐다. 북한 주재 대사관 관계자들이 당 창건 기념탑 참배나 연회를 마련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유엔 본부=9일(한국 시간 10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엔본부에 들른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박 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가 핵실험에 대해 사악하고 쓸모없는 결의나 의장성명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을 축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핵실험에 대한 북한식 홍보논리 전개에도 적극적이다. 박 대사는 이날 유엔 총회 1위원회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위협 때문에 우리는 핵 억제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선군정책 덕분에 우리의 주권을 보호할 수 있었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핵실험 사실을 공식발표한 9일 조선중앙통신의 발표문을 영어로 번역한 문서를 유엔 본부 기자실 주변에 갖다 놓으며 이례적인 홍보 감각을 선보였다.

그러나 북한대표부는 추가 핵실험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박 대사는 추가 핵실험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동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입 구실을 해 온 한성렬 차석대사도 같은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변했다. 한 차석대사는 조만간 뉴욕 근무를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만약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곧 떠나니까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도 금융제재가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인 만큼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면 북한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이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