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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상륙작전을 생각한다

Posted September. 15, 20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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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지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1950년 오늘, 유엔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은 200여 척의 함정과 7만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인천에 상륙,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간 북한군의 배후 병참선을 끊는 데 성공했다. 일촉즉발의 적화() 위기상황에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킨 유엔군은 서울을 탈환하고, 도망가는 북한군을 쫓아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군의 참전으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쟁은 통한()의 분단과 함께 멈추었다. 이것이 인천상륙작전이요, 625전쟁이다.

오늘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진실과 인식 위에 터 잡고 있다. 우리는 김일성 김정일 세습통치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제는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생각이 있는지를.

벌써 다섯 달째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맥아더가 625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고, 분단도 안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슨 뜻인가. 전쟁이 북한의 승리로 끝나야 했는데 맥아더 때문에 안 됐다는 얘기 아닌가. 더 나아가 그 때 적화통일이 됐어야 옳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맥아더 장군과 함께 목숨 걸고 싸운 대한민국 국군은 어떤 존재란 말인가. 통일방해 세력이고, 분단을 조장한 반()민족분자인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평양에 있는 펑더화이() 당시 중공군 지원군사령관의 기념관도 철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중공군이야말로 통일을 문턱에서 가로막은 주범이기 때문이다.

적화 염원의 좌절이 그리도 뼈에 사무치는가. 그들은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저지하는 경찰에 쇠파이프와 대나무막대를 휘둘렀다. 누구를 위한 폭력인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영도() 아래서 살지 못하는 아픔이 그토록 크다면, 그 품에 그리도 안기고 싶다면 대한민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문제 삼는다. 남한 정부는 미국과 친일파가 야합해 세웠고, 이승만의 단독정부 노선 때문에 분단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낡은 좌파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탄됐지만, 1919년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를 통해 대한민국으로 부활한 것이다. 임정() 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한민국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임정의 법통이 대한민국 정체성()의 뿌리다.

대한민국은 또한 국민의 선택에 따라 수립된 국가다. 우여곡절 끝에 1948년 510총선이 남한만의 선거로 치러졌지만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로 세워진 나라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외치는 사람들의 조부모도, 부모도 그때 한 표를 행사했을 것이다. 누가 누구의 민의()를 부정하겠다는 것인가.

그들은 좀 더 정직해야 한다. 북의 3대 공조 즉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 공조의 실천을 위해 뛰고 있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다. 3대 공조의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다. 북은 올해를 주한미군 철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오래다. 동상 철거 시위 현장은 물론이고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 광주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 폐쇄 시위 현장에서도 똑같은 성격의 단체와 사람들이 미군 철수 구호를 외쳤다. 이를 순수한 민족주의자들의 우국충정으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여당의 장영달 의원은 수구세력들이 맥아더 동상 문제를 빙자해 남북 화해협력 정책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뒤늦게 동상 철거 시도는 한미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시위의 본질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 눈에 동상을 공격하는 세력과 이 정권 일부 인사의 생각이 비슷하지 않느냐는 느낌이 들 정도라면 참으로 문제다. 인천상륙작전 55주년, 국민 손으로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