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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벗자 문화

Posted August. 08,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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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평생 벗을 권리를 위해 투쟁해 온 노인이 지난주 세상을 떠났다. 저승길엔 옷을 입고 갔을까, 벗고 갔을까. 고인의 유언에는 어긋나지만 가족은 입혔다. 미국 일리노이 주의 한 작은 마을에 살던 로버트 노턴 옹은 벗고 집을 나섰다가 옆집에서 신고하면 잡혀가는 게 일인 괴짜였다. 1962년 공공장소에서 알몸을 보인 혐의로 처음 체포된 이래 43년간 20차례 넘게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가족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 나갔다가 정신이 이상해졌다면서도 괴벽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길이나마 회색 바지와 셔츠를 입혔다는 게 목사인 형의 얘기다.

온전함을 강조하는 자연주의자 운동, 쉽게 말해 나체주의 또는 벗자 문화는 1890년대 독일에서 시작됐다. 아리안 족의 아름다움을 공평하게 평가하고 건강과 체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차 대전 후 유럽 전역으로 번졌고 1930년대 아메리카에도 상륙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벗은 미녀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 1933년 나체를 금지했다. 여성의 자연스러운 수치심을 앗아가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경외심을 없앤다는 이유였다.

나체주의자들은 나체가 음란함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포르노나 육욕에 무감각해진다는 거다. 대중목욕탕에선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목욕탕이 아니고, 나체주의가 아니어도 사람에게는 감추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모양이다.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서 성행한다는 섹시댄스대회엔 상금을 노리는 상금 헌터 말고도 벗은 몸을 보이고 싶어 하는 중독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노출할 권리가 있다면 때와 장소에 따라 보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알몸 노출 사건을 일으킨 인디밴드 카우치한테 몸은 예술의 표현 도구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무기 아니면 공해다. 더구나 선택적 노출은 저의가 의심스럽다. 안 그래도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알게 돼서 탈인 세상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