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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4관왕

Posted February. 28, 200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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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분할이었다.

28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꼭 받아 마땅한 영화들에 꼭 받아 마땅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주는 지혜롭고 냉정한 선택을 했다.

주요 부문상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에비에이터가 양분해 가져갔다. 감동적인 내용이 빛나는 밀리언은 작품성과 관련된 부문을, 화려하고 큰 스케일을 뽐내는 에비에이터는 주로 비주얼과 관련된 부문상을 다수 차지했다. 이로써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11개 부문을 독식한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배분의 미학을 보여줬다.

여성 복서와 나이든 트레이너의 눈물겨운 우정을 담은 밀리언은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힐러리 스웡크) 남우조연상(모건 프리먼) 등 아카데미상의 핵심 4개 부문상을 차지했다. 서부극 용서받지 못한 자로 1993년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거머쥔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75)는 영화를 찍은 37일간은 아주 멋진 모험이었다. 아직도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96세 된 어머니도 저기 (객석에) 앉아 계시지만 정말 그 (젊은) 유전자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혀 감동과 웃음을 자아냈다.

이 영화의 제작진을 일컬어 노인병 팀이라고 한 이스트우드의 농담대로 밀리언의 수상은 노장의 승리였다. 아카데미상에 도전한 지 네 번째 만에 남우조연상을 차지한 프리먼은 올해 68세이며, 영화의 배경인 힛핏 체육관을 만든 프로덕션 디자이너 헨리 범스테드는 89세다.

밀리언은 스웡크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겹경사를 맞았다. 그 역시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2000년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31세의 나이에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제작자이자 항공업계의 거물이었던 하워드 휴즈의 전기 영화인 에비에이터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1개 후보에 오르며 다관왕의 기대를 모았으나 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등 비핵심 5개 부문 수상에 그쳐 최다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에 네 번째로 도전한 마틴 스코시즈(63)는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남우주연상은 전설적 맹인 가수 레이 찰스의 삶을 담은 영화 레이에서 주인공역을 맡아 레이 그 자체란 찬사를 받은 제이미 폭스에게 돌아갔다. 폭스는 시드니 포이티어(1963년), 덴절 워싱턴(2002년)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흑인이 됐다. 레이는 남우주연상 음향상 등 2개 부문상을 받았다.

한편 올해 시상식은 어느 때보다 많은 흑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처음 시상식 사회를 맡은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과 남우주연상의 폭스, 남우조연상의 프리먼을 비롯해 무려 3곡의 주제가상 후보곡을 무대에서 부르는 특혜를 누린 가수 비욘세, 시상자로 등장한 가수 프린스, 퍼프 대디, 여배우 핼리 베리 등의 모습에서는 아카데미가 백인 중심의 공고한 벽을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버스데이 보이로 단편 애니메이션상 부문 후보에 올라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기대됐던 박세종 감독은 아쉽게 상을 받지 못했다.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