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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영웅 4만3808명 새기다

Posted July. 28, 2022 07:57   

Updated July. 28, 20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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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KATUSA)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이 27일(현지 시간) 공식 제막했다.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던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리기 위해 미국 참전용사들이 건립을 추진한 지 18년 만이다.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2000여 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열렸다. 둘레 130m, 높이 1m의 화강암으로 제작된 추모의 벽에는 3만6634명의 미군과 7174명의 카투사 전몰장병의 이름이 새겨졌다. 전장에서 피를 나눈 한미 장병들 이름이 새겨진 역사적 상징물이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것이다.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기념공원 참전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있는데 6·25전쟁과 관련해선 이 같은 기념비가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추모의 벽은 6·25전쟁에서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1925∼2022) 등 참전용사들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2013년 건립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왔다. 2016년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 속도를 냈지만, 2017년 우리 정부가 예산지원 문제로 감사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착공해 정전선언 69주년인 올해 결실을 맺었다. “세상을 뜨기 전 추모의 벽을 보고 싶다”던 웨버 대령이 타계한 지 석 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념 메시지를 통해 한목소리로 한미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한미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낸다”며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게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가 제막식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백악관과 미 전역 연방정부는 이날 6·25전쟁 정전 기념일을 맞아 조기(弔旗)를 게양했다. 미국은 2009년부터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이어 두 번째로 6·25전쟁 정전일에도 조기를 달아 기념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