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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핵경쟁 조짐 북핵 대응에 변화 가져오나

미-러 핵경쟁 조짐 북핵 대응에 변화 가져오나

Posted December. 24, 2016 07:07   

Updated December. 24, 20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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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양대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22일(현지시간) 핵 전투력 강화방침을 동시적으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방 관련 연설에서 “전략 핵무기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응한 발언이다. 제이슨 밀러 인수위 대변인은 “불량 정권에 핵무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서둘러 진화했으나 미-러가 냉전시대의 핵무기 경쟁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군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뒤쳐져 있고 낙후됐다”며 핵전력 강화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올 10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으로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생기고 있다”며 핵무기경쟁 불사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츨불가능한 행동과 푸틴 대통령의 호전성이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부터 추진해온 천명한 ‘핵 없는 세상’ 정책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미국은 7100 여 개, 러시아는 7300여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문명 세계를 석기 시대로 되돌릴 수도 있는 엄청난 규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그것이 국제사회의 이상이지만 러시아가 핵 전투력을 강화하는 마당에 미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러가 핵무기 경쟁을 벌인다면 북으로선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틈 타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매진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자위적 대책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뜻을 내비쳤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핵 정책 변화가 북핵 억제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미일간에 긴밀한 협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