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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모욕 귀태 발언, 미국 의회라면 어땠을까

대통령 모욕 귀태 발언, 미국 의회라면 어땠을까

Posted July. 13, 20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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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건강보험개혁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한 의원이 거짓말(You lie)이라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었다. 연설 직후 그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발언이었다. 예의 부족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를 받아들였음에도 공화당 지도부는 윌슨 의원을 단호하게 질책했다. 대통령 연설 중에 무례하게 굴었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윌슨 의원의 후원회 간부 3명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된 슬픈 날이라고 이튿날 사임했다. 미 하원은 윌슨 의원 비난 결의안을 통과시켜 그의 정치생명은 치명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 하원은 의원 행동지침을 개정해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다 대통령은 위선자다 대통령은 지적으로 부정직하다는 말을 의원들이 일절 쓰지 못하도록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그제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박정희 대통령을 귀태()라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귀태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에서 야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이런 폭언을 했다면 조 윌슨 의원의 사례에 비추어 대단히 무거운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홍 대변인은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국책연구기관과 행정부에서 일한 뒤 국회의원이 됐으니 공인()의 언행과 도리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말을 절제하고 상대를 공격하더라도 말을 가려 써야 할 원내대변인이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지칭한 것은 저질 폭언이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7일 광주에서 열린 당원 보고대회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을 가리켜 이런 미친 X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막말을 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산군에 빗댔다. 노웅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더위 드셨나요?라고 비아냥댔다.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상대 당을 공격하더라도 절제와 품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의원들의 말을 따라 배울까봐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새누리당도 이를 빌미 삼아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면서 정쟁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2일 잡혀 있던 국가기록원 보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 일정도 취소됐다. 홍 원내대변인 폭언은 분명하게 따지되 국회까지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