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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연아와 의족스프린터가 흘린 땀방울

[사설] 김연아와 의족스프린터가 흘린 땀방울

Posted July. 22, 201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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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의 여왕 김연아는 큰 경기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그런 김연아가 평창 유치 프레젠테이션 때는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다리가 풀릴 정도로 떨렸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위원회(IOC) 더반 총회에서 평창 2018을 이끌어낸 뒤 2주 만에 처음으로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평창이 호명되는 순간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하고는 다른 차원의 감동과 성취감이 밀려왔어요. 한국에 태어나서 정말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우리도 김연아가 더 대견하고 한국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작년 2월 26일 벤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 직후 연습과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말한 김연아가 기억난다. 재능과 부모의 뒷받침이 있더라도 본인의 땀방울 없이는 최고의 성공은 할 수 없다. 큰 경기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떠는 사람과 떨지 않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엘 윌링햄은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팅만 세계 챔피언이 아니라, 남아공 더반에서 스포츠 외교관 역할까지 최고로 멋지게 해낸 김연아는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는 대한민국의 딸이다.

다음달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우리에게 또 다른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선수가 찾아온다. 두 다리 대신 탄소섬유 재질의 보철 의족()으로 달려 블레이드(blade날) 러너로 불리는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 선수다.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난 것은 보통 사람 눈으로는 불행이었으나 그에게는 그것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고, 용기 있고, 승부욕 강한 그는 고교생 때 이미 만능 운동선수가 돼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인간에게 과연 한계가 있는지 다시 생각케 한다. 2003년 17세 때 럭비를 하다 무릎을 다치자 재활을 위해 육상을 시작해 1년만인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00m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결국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장애인 스프린터가 됐다. 그는 사흘 전인 2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의 기록으로 자신의 종전 기록을 0.54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누구라도 스스로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데 부모나 사회나 국가가 꿈을 대신 꾸어주고 이뤄줄 수는 없다. 지금 가진 것이 없다고, 몸과 마음과 환경에 장애가 있다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김연아와 피스토리우스 선수를 다시 바라보았으면 한다. 결사적, 필사적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분야에서나 그야말로 죽어라고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 설혹 보상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자신의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에겐 그 과정이 곧 행복일 수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 청소년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