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그제 서울역 광장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대책위원회(가칭) 산하에 5개 권역별로 대책기구를 두고 100일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규탄집회를 여는 가두 투쟁에 돌입했다.
제1야당이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나간 상황에서 민생현안의 장기표류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이끌어내는 데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등원거부 투쟁을 하거나, 등원한다 해도 정상적인 법안심의에 협조할지 의문이다.
25일 마감된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안건은 비정규직법안을 비롯해 3천500여건에 이른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등 노사 입장차가 첨예한 쟁점 법안들도 줄줄이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처리가 미뤄짐에 따라 하루 12억원의 재정부담 요인이 생겼다.
민주당이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거리로 뛰쳐나간 것은 조직화된 지지층과 방송기득권세력 및 좌파단체들을 결집해 10월 재보선에서 정국반전의 계기를 잡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민생법안의 장기 표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가투()에 매달리는 민주당의 행태는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이 국민생활을 중시하는 수권정당 면모를 갖춤으로써 54년 만에 자민당 독주체제 마감을 눈앞에 둔 것과 대비된다. 일본 민주당은 집권시 국민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해 정권교체의 의의를 부각시킨다는 수권 ()공약을 마련했다. 수권 공약에는 중학교 졸업까지 1인당 월 2만6000엔(연 31만2000엔)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신설을 비롯해 생활관련 시책에 예산을 중점 배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다음달 30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종식하고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책능력 향상에 당력을 집중해 이젠 민주당에 맡겨도 되겠다는 유권자들의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미국 민주당은 2000년 대선 당시 유권자 득표수에선 이겼지만 연방대법원 판결로 선거인단 수에서 패배하자 잡음 없이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그 후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된 정책경쟁으로 민심을 잡아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민주당은 상하 양원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해 명실 공히 국정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일본 민주당과 미국 민주당이 걷는 노선을 전범()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