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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브람스와 함께”

Posted October. 12, 2021 07:15   

Updated October. 12, 20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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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에게 2021년 하반기는 ‘브람스 시즌’이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곡 전곡을 일리야 라시콥스키(성신여대 교수)의 피아노와 함께 연주한다. 이에 앞서 8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한 ‘클래식 레볼루션 2021’에선 그가 리더로 있는 노부스 콰르텟이 브람스의 현악4중주곡 전곡과 다른 실내악 작품들을 연주했다. 이달 8일에는 지중배 지휘 울산시립교향악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흐린 시월의 연휴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악 팬들에게 유독 브람스는 ‘가을에 어울리는 작곡가’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맞는 얘기일까요.

 “브람스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 많은 독일 북부의 함부르크에서 자랐죠. 그의 작품엔 내성적이고 어두운 감성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선율에 깊이가 있는 데다 화성도 두터우며 진한 색깔을 내는 편이죠. 그의 고국 독일에서 ‘브람스=가을’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에게는 브람스를 ‘가을 작곡가’로 인식할 이유가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 중에서 가장 가을과 어울릴 만한 곡을 꼽는다면.

 “3번의 어두운 분위기와 쓸쓸함이 가을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요. 다른 두 곡도 절절한 선율미가 강한 곡들이기 때문에 가을에 감상하기 적당할 듯합니다.”

 ―이 소나타 3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건 연주자에게 어떤 도전일까요.

 “예를 들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테크닉적으로 현란한 반면 소나타에는 작곡가의 내밀한 얘기들이 많이 담겼습니다. 브람스가 가진 내면과 그의 화성적 특징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죠.”

 ―이번 공연에서는 번호순이 아닌 2-1-3번 순서로 프로그램을 짰는데요.

 “2번 소나타의 ‘표정’이 오프닝에 적합해서 맨 처음에 넣었습니다. 청중께 인사하며 ‘처음으로 드리기’ 좋은 곡이죠. 개인적으로는 1번을 가장 좋아해 무게감이 남다른 만큼 중간에 배치하고 싶었어요. 3번은 세 곡 중 가장 화려하고 길이도 길어서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좋습니다.”

 ―‘어떤 브람스’가 될 걸로 기대하면 좋을까요.

 “브람스는 무조건 무겁고 두텁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소나타들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선율미가 돋보이고 소박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면이 많이 엿보이는 만큼 작곡가의 내면세계에 대해 많은 탐구가 필요하죠.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브람스의 본질에 다가가는 연주를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4만∼5만 원. 


유윤종 gustav@donga.com